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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 집무실, 청와대가 현실적 대안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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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에서 단기간에 대통령실을 옮길 수 있는 곳은 모든 시설을 갖춘 청와대뿐이다. 2022년 8월10일 청와대 본관 앞의 모습. 박승화 선임기자 eyeshoot@hani.co.kr

현재 대한민국에서 단기간에 대통령실을 옮길 수 있는 곳은 모든 시설을 갖춘 청와대뿐이다. 2022년 8월10일 청와대 본관 앞의 모습. 박승화 선임기자 eyeshoot@hani.co.kr




김영욱 |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



대통령 집무실을 어디로 할 것인지, 어떻게 공간을 구성할 것인지는 국정 운영에 있어서 중차대한 문제이다. 특히 대통령실 위치는 정치적, 사회적, 상징적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통령과 참모진 간 원활하고 효율적 소통을 위하여 집무실과 비서동의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현재 정치적 상황에서 논의를 특정 정당에서 먼저 시작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인수위원회 없이 업무를 바로 시작해야 하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감안하였을 때 시간이 부족하다.



그럼 어떠한 대안이 있을까? 우선 대통령실의 위치는 크게 3가지 안이 있을 수 있다. 첫째, 현재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하는 안이다. 지난 정권에서 용산으로의 대통령실 이전은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명목하에 졸속으로 이루어졌다. 용산은 탄핵당한 대통령이 사용하던 공간이라는 논의를 차치하고서라도 애초부터 지리적으로나 국민과의 소통 측면에서나 적절한 위치가 아니다. 용산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군 관련 시설이 밀집해 있어 대통령실의 보안 취약, 군부대의 비효율적 공간 운영 초래, 국민과의 소통 어려움 등을 고려하였을 때 도무지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 더군다나 현재 용산에는 관저가 없다. 대통령이 직장인들처럼 집에서 출퇴근한다는 것은 코미디 같은 일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을 보라. 어느 나라 최고 지도자가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며 출퇴근하는가? 국가원수는 일반 근로자처럼 출퇴근할 만큼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둘째, 지금 정치권에서 가장 유력하게 제시하는 안은 세종시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를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다.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의 비대화와 국가의 균형발전, 국토의 중심부라는 상징성 등을 고려했을 때 세종시로의 이전은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국회의 이전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하며,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등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부지가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건물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데에는 약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차기 대통령이 세종시에서 집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셋째, 청와대로의 복귀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이미 시민들에게 공개되어 불가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것 같다. 청와대의 중요 시설 중 개방된 곳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등이다. 다행히 비서진들이 근무하던 여민관은 거의 개방되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 중 일부는 뚝 떨어져 고립된 집무실보다는 여민관에서 집무하고는 하였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현재의 여민관에서 같이 근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여민관을 리모델링하고 입주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관저 또한 기존에 개방된 곳 대신 대통령 안가나 국무총리 공관 등의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청와대가 그동안 지탄을 받은 이유는 대통령 집무실이 국민과 비서진으로부터 격리된 곳에 입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1인을 위한 권위적 건물이기 때문이다. 기존 여민관은 ‘청와대 앞길’에 인접하여 시민들의 곁에 있다는 상징성, 그리고 집무실, 관저 등과 하나의 단지로 구성되는 효율적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논의는 ‘소통’을 위하여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는 주제다. 대통령은 긴박한 국내외 현안을 다루어야 하므로 참모진들과 수시로 대면하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백악관이나 영국, 독일의 수상 집무실도 비서진들과 1~2분 이내 거리에 있을 뿐만 아니라 소통을 위한 공간 구조로 조성되어 있다. 빌 힐리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는 건물에서 공간 구조가 소통과 업무의 효율성, 생산성에 중요함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였다. 필요한 공간이 확보되었다고 해서 혹은 서로 가까이 있다고만 해서 소통이 일어나지 않는다. 소통에는 공간 구조가 큰 영향을 미친다. 공간 구조를 면밀히 만들어야 한다.



오는 6월3일 국민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대통령은 업무를 바로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차기 대통령 업무실의 가장 현실적 대안은 청와대다. 기존 여민관을 중심으로 대통령 집무실, 비서동, 관저 등을 하나의 단지로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차기 대통령은 여기에서 시간을 가지고 세종시 이전 등을 포함해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향후 방안을 논의하면 된다.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 객체가 아니다. 공간은 사회적이며 정치적 대상이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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