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가 14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경기도 법인카드로 민주당 중진 의원의 아내 등에게 식사를 대접한 혐의로 1심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의 항소심에서 검찰이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1심 구형량과 같은 것이다. 선고는 다음달 12일이다.
수원고법 형사13부(재판장 김종기)는 14일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은 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검찰은 “전 경기도지사의 배우자인 피고인이 대통령 후보 당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현직 국회의원의 배우자와 식사하는 중요한 자리에서 식비 일체를 수족과 같은 사적 비서 배모씨가 결제한 사안”이라며 “피고인과 배씨의 관계, 제보자의 대화 녹취록 등을 보면 배씨가 단독으로 범행할 이유가 없고, 원심에서도 유죄를 선고했다”고 했다.
검찰은 “유력 정치인들의 배우자들을 돈으로 매수한 범행으로 죄질이 중하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할 공무원 배씨를 통해 범죄를 저질렀다”며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음에도 10년 이상 자신을 떠받든 배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반성하지 않은 채 하급자에게 책임을 떠미는 행태 등은 반드시 양형에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씨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이 배씨가 결제한 것을 모를 리가 없다는 직접 증거는 없고, (검찰이)추정으로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며 “배씨와 피고인은 불법적인 것까지 소통하는 관계가 아니었고, 배씨가 피고인과 상의해서 했다는 근거도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또 “선거운동 과정에서 결제 등을 보고 받고 승인하는 건 관행이 아니며, 피고인이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법인카드로) 사용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며 “1심의 벌금 150만원도 과도하지 않나라는 의견”이라고 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부인 김혜경 씨./뉴스1 |
최후 진술에 나선 김씨는 피고인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장을 향해 “긴 시간 제 사건으로 소중한 시간을 쓰게 해 송구하다”며 입을 열었다.
김씨는 “처음 이 사건을 접하고 왜 거기(식사장소)에 나타나, 법인카드로 식사를 결제했을까 놀라고 당황스럽고 화가 났다”며 “작년 2월부터 재판을 받다보니, 내가 몰랐던 것을 간과하고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도 다 내 불찰이었구나라는 생각을 진심으로 갖게 됐다”고 했다.
김 씨는 “배씨는 2010년 처음 (이 전 대표가)성남시장에 당선된 후 비서실에서 (공식 일정을)지원해 준 비서로, 10년 더 지난 기간 선거도 여러 번 했었는데 한 번도 밥값 지출 등을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며 “저랑 남편은 깨끗한 선거, 클린한 선거 한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배 비서도 뭐라도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또다시 선거철을 맞아 선거 현장에 투입됐는데 더 많이 챙기고, 조심하면서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누가 되지 않게 세심하게 더 잘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발언 중간중간 울먹거리기도 했다.
김씨는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가 당내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인 2021년 8월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중식당에서 민주당 전현직 중진 의원의 아내 3명과, 자신의 운전기사와 수행원 등 6명에게 10만4000원의 식사를 대접한 혐의(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위반)를 받는다. 당시 식사 비용은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됐고, 김씨의 수행비서이자, 전 경기도 공무원인 배씨의 지시를 받은 이 사건 제보자 조명현(전 경기도 7급 공무원)씨가 직접 결제했다.
검찰은 김씨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작년 2월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의 묵인이나 용인 아래 기부 행위를 했다”, “피고인과 순차적이고 암묵적인 의사 결합이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비서 배씨와 김씨의 공범 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배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고, 당시 경기도 공무원이던 배씨를 통해 (범행이)이뤄지는 등 선거 공정성·투명성을 해할 위험이 있었다고 보인다”고도 했다.
[수원=김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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