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인구보건복지협회 |
미혼자들이 결혼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남성은 '결혼생활비용 부담'을, 여성은 '기대에 맞는 상대 없음'을 꼽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14일 '제2차 국민인구행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거주 만20~44세 미혼,기혼 남녀 각500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결혼·출산·양육 가치관과 일·가정 양립 행태에 대한 변화와 요구를 살펴보기 위해 실시됐다.
조사 결과, 미혼남성의 41.5%, 미혼여성의 55.4%가 결혼 의향이 없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 했다고 답했다. 아예 ‘결혼 의향이 없다’고 답한 미혼남성은 18%, 여성은 26.6%였다. 특히 미혼여성은 결혼 의향 '있음'(44.6%)이라고 응답한 비율보다 '아직 결정하지 못함'(28.8%)이나 '없음'으로 응답한 비율이 더 높았다.
남녀 모두 '독신 생활 선호'와 '커리어 중시'를 이유로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남성은 경제적 부담, 여성은 커리어 저해와 문화적 억압을 주된 이유로 꼽은 것으로 보아, 이는 결혼이라는 선택의 중요성이 약화되고 개인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결혼 조건에서도 남녀의 차이가 있었다. 미혼남성의 경우 자신이 갖춰야 할 조건 대비 여성이 희망하는 조건이 더 높은 항목으로 '전세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6.5%p차이),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져야함'(6.4%p), '정규직이어야 한다'(3.2%p)로 차이가 나타났다. 반대로, 미혼여성 갖춰야 할 조건 대비 남성이 희망하는 조건이 높은 항목은 '시댁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17.2%p), '육아·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10.7%p)로 나타나 본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조건이 상대방의 기대와 상대적 격차가 존재했다. 남성은 여성이 갖춰야 할 결혼 조건으로 '육아·가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를 97.3%로 가장 많이 꼽았지만, 여성 스스로는 86.6%만 이 응답을 골랐기 때문에 이같은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미혼여성이 희망하는 남성의 조건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95.4%), '육아·가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93.5%), '소득이 충분해야 한다'(91.2%) 등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혼남성이 희망하는 여성의 조건은 '육아·가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97.3%), '직업을 가져야 한다'(82.9%), '소득이 충분해야 한다'(70.4%) 등 순이었다.
출산에 관해서는 미혼 남성의 41.6%, 미혼 여성의 59.1%가 의향이 없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 했다고 답했다. 아예 '출산 의향이 없다'고 답한 미혼여성의 비율(33.1%)이 남성(16.5%)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출산 의향이 없거나 망설이는 이유로 남성은 '자녀 양육의 경제적 부담'(34.1%)을, 여성은 '태어난 자녀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음'(23.6%)을 가장 많이 꼽았다. 미혼여성은 '일·가정 양립이 어려워서'(10.5%p), 미혼남성은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10.9%p)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2040 세대의 가치관과 태도가 결혼과 출산에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조사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남녀 모두가 결혼과 출산이 패널티가 아닌 베네핏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을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