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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조각상 설치할 때냐"... 美샌프란시스코, '거대 여성 누드 동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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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해방 상징' R-에볼루션 조각상 설치
페미니즘 찬반 양 진영서 모두 동상 비판
"마약·노숙인 등 지역 현안 산적" 지적도
한국일보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엠바카데로 광장에 조각가 마코 코크란의 작품 ‘R-에볼루션(R-Evolution)’이 설치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최근 설치된 높이 13m의 여성 나체 조각상을 둘러싸고 격한 논란이 일고 있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에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에서도 다른 민생 현안을 제쳐둘 만큼, 이 조각상 설치를 굳이 우선순위에 둘 만한 사유가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 샌프란시스코 지역 방송사 KQED 등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엠바카데로 광장에서 조각가 마코 코크런의 작품 'R-에볼루션’(R-Evolution)'이 지난 10일 대중에게 공개됐다. 공공예술 비영리 단체의 후원으로 음악, 조명 등과 함께 공개된 이 작품은 '여성의 힘과 해방의 상징'을 표방한다는 게 코크런의 설명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여가·공원 관리 당국은 'R-에불루션'이 최소 6개월 동안 도시에 설치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상 설치할 때냐... 우선순위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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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만 팔로어를 보유한 미국인 인플루언서 콜린 러그가 11일 엑스(X)에 샌프란시스코 여성 나체 조각상 엉덩이쪽을 수리하는 인부의 영상을 올렸다. X 캡처

그러나 조각상 설치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다. '당국이 중요한 현안을 제쳐두고 동상을 설치할 때인가'라는 비판이다. 동상 설치 과정에서 조각상 엉덩이 안에 얼굴을 집어넣은 한 인부 모습을 한 인플루언서가 올린 영상이 화제가 되자, 누리꾼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 장면만큼 도심의 활력을 되살리는 방법은 없다" "현실을 직시하자. 이곳은 노숙자들로 가득 찬 도시로, 8,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고통받는데 14톤짜리 조형물이라니" 등의 댓글이 잇따랐다.

보수 진영은 샌프란시스코 시정을 담당하는 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공화당의 한 지역 정치인은 "시 당국이 우선순위를 잘못 두고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가) 정말 중요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치 기반을 다진 존 데니스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장단 대표도 "샌프란시스코는 이제 페미니스트적이고 반(反)남성적인 의제에 지배받고 있다"며 "거대한 나체 여성이 도시의 상징인 페리 빌딩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은 오늘날 샌프란시스코의 상태를 보여 준다"고 꼬집었다.

지역 언론 역시 조각상 설치 의미에 의문을 제기했다. KQED는 '아무도 이걸 원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이 조형물을 올려다보니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가 부끄러웠다. 우리 모두가 이 작품의 관객인데, 아무도 우리에게 이걸 원하는지 묻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조각상은) 마치 남성이 만든 거대한 여성 누드 조각상과 같다. 단순히 여성을 묘사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페미니즘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마약·노숙자 문제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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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엠바카데로 광장에 설치된 조각가 마코 코크란의 작품 ‘R-에볼루션(R-Evolution)’이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뉴시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조각상 설치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빈부 격차, 마약 문제 등 해결되지 않은 다른 사회적 문제도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시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는 노숙자 캠프가 여전히 퍼져 있어 약 8,300명의 사람이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당국은 다음 회계연도에 주택 및 노숙자 지원 프로그램으로 6억9,000만 달러(약 9,871억 원)를 사용할 계획이다. 또 "총기 폭력은 5% 증가했고, 법 집행 강화에도 불구하고 공공 안전은 여전히 최우선 과제"라고 매체는 샌프란시스코의 실태를 설명했다. 이 도시는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의 확산으로도 몸살을 앓고 있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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