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서 개봉된 '예술의 생애' 포스터 [사진 모팩 스튜디오] |
예수 이야기를 친근하게 담은 '한국 애니메이션 '예수의 생애'. [사진 모팩 스튜디오] |
한국 애니메이션 '예수의 생애'(영어 제목 'The King of Kings')가 북미에서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영화흥행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전날 북미 3200개 극장에서 개봉한 '예수의 생애'는 하루 만에 701만275달러(약 100억원)의 티켓 매출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는 이 영화의 개봉 첫 주 수입이 약 1800만 달러(약 257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결과는 1910만 달러(272억원)으로 예상보다 높았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동명의 비디오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차지했다. 그러나 버라이어티는 한국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의 신작 '아마추어', '드롭' 등을 제치고 2위에 오른 것은 이변이라고 전했다.
러닝 타임 101분의 '예수의 생애'는 한국의 모팩 스튜디오가 만든 극장용 3D 애니메이션이다. 장성호 모팩 대표가 연출과 각본, 제작을 맡고 김우형 촬영감독이 제작을 함께했다. 시나리오는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가 어린 자녀들을 위해 쓴 '우리 주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에서 영감을 받아 장 대표가 직접 집필했다. 여기에 할리우드 스타들인 오스카 아이작, 피어스 브로스넌, 케네스 브레너, 우마 서먼, 마크 해밀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영화 '예수의 생애'의 한 장면. [사진 모팩 스튜디오] |
디킨스가 자녀들을 위해 쓴 이야기는 그가 사망한 지 수십 년이 지나 1934년에야 출판됐다. 디킨스(케네스 브래너)가 어린 아들 월터(로마 그리핀 데이비스)와 월터에게 신약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서 왕에 집착하는 월터에게 예수(오스카 아이작)가 왜 진정한 '왕들의 왕'인지 설명하는 내용이다. 영화는 예수가 열두 제자를 모으고, 병자를 치유하는 이야기부터 예수의 십자가 처형과 부활의 이야기를 모두 담았다. 서구권에 익숙한 성경 이야기를 바탕으로 감동을 끌어내며 가족 단위 관객을 공략했다. 버라이어티는 오는 20일 부활절을 앞두고 '예수의 생애' 흥행 돌풍이 더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할리우드 매체들은 이 애니메이션의 북미 배급을 맡은 에인절 스튜디오에도 주목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소형 독립 배급사인 에인절 스튜디오는 2023년 저예산 스릴러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으로 북미에서만 1억8400만달러(약 2624억원)의 티켓 수입을 올리며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예수의 생애'가 에인절 스튜디오의 자체 흥행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에인절 스튜디오는 가족 관객을 겨냥해 어른 1명이 티켓을 구매하면 어린이 1명에게는 공짜 티켓을 제공하는 '키즈 고 프리'(Kids Go Free) 이벤트를 벌이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시장조사업체 시네마스코어의 현장 관객 설문조사에서도 최고 등급인 'A+'를 받아 관객들의 입소문도 타고 있다.
'예수의 생애'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장성호 대표. [사진 모팩스튜디오] |
이 영화를 만든 모팩 장 대표는 한국 컴퓨터그래픽(CG)·시각효과(VFX) 분야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모팩 스튜디오는 영화 '해운대', '명량', 드라마 '태왕사신기', '별에서 온 그대',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 등을 작업한 바 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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