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한국지도 반출 위기] ② "한국 법에 따라라" VS "관광 진흥에 도움"
구글의 정밀 지도데이터 반출 요구 과정/그래픽=김현정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가 시작된 가운데 구글이 지난달 18일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1대 5000 축척 고정밀 한국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했다. 2007년,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다. 구글은 정밀 지도 데이터가 없어 네비게이션 등 구글맵이 한국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이를 재차 요구했다. 또 서비스 품질을 위해 한국 지도 데이터를 여러 해외 데이터센터로 반출하겠다고 주장한다.
구글은 앞서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해 지도 정보를 국내에서만 사용하라는 정부 요구를 거절했다. 구글은 아시아 권만 해도 싱가포르, 대만 등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상태지만 한국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가 지도 반출을 허용하는 대신, 구글어스의 국가 안보 시설 블러(가림) 처리를 요구하자, 해당 시설들의 정확한 좌푯값을 요청하는 등 타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구글의 데이터반출 요구에 국토지리정보원 등 8개 부처가 참여한 '측량성과 지도반출 협의체' 회의가 이달 시작됐다. 이 회의에 참석하진 않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산업 발전' 차원에서 지도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는 5월 중순쯤 1차 결론을 내고 최종 8월쯤 결론을 도출할 전망이다.
IT(정보기술) 업계는 고정밀 데이터가 없어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구글의 주장에 반박한다. 1대 5000 축척 지도는 50m 거리를 지도상 1㎝로 표현해 골목길까지 세밀하게 표시하는 지도로, 주로 B2B(기업간거래)에 사용한다. 길 안내 서비스는 현재 1대 2만5000 축척 지도로도 가능하고,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빙 등도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시행 중이라는 것이 근거다. 즉 구글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
구글, 유튜브로 국내 트래픽 점유율 1위인데 망 사용료는 '0원'…데이터 '무임승차' 지적
━
구글이 유튜브 등으로 국내에서 큰돈을 벌고 제대로 납세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위해 한국 정부가 1조원 이상 세금을 들였는데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구글은 국내 트래픽 점유율 1위(약 30%)지만, 망 사용료는 10원도 내지 않았다. 점유율 2~3%대의 네이버, 카카오가 해마다 수백억원대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넷플릭스, 메타,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도 일정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내는 것과 대조된다.
조세 회피 의혹도 있다. 2023년 구글코리아는 매출액 3653억원, 법인세는 155억원을 냈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구글의 한국 매출액이 연간 12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감사보고서상 매출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이 2020년 구글코리아에 5000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한 적도 있지만 불복했다.구글코리아는 2024년엔 매출액 3869억원에 법인세 173억원을 냈다.
━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 vs 관련 산업 몰락 우려
━
지도 반출을 찬성하는 쪽은 한국의 관광산업 활성화, 이용자 편의 등을 앞세운다. K-컬처의 글로벌 인기로 방한 외국인이 급증하는 상황인데 구글맵은 무용지물이고,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 맵은 내수용이라고 비판한다.
정란수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는 "지도 반출을 금지하면 한국만 갈라파고스화가 되고, 관광객 불편이 이어질 것"이라며 "외래 관광객 활성화나 편의성 차원에서 개방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인이 쓰는 구글맵이 한국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은 관광객에 심리적 허들이 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4개 언어를 지원하고, 카카오는 영어까지 2개 언어를 지원하는데 그친다.
구글 관계자는 "구글맵은 전 세계 79개 언어를 지원한다"면서 "구글맵이 있으면 수도권 아닌 지방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 활성화 때문에 국내 공간정보산업을 내주는 게 득인지 따져봐야한다는 것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택시나 음식점, 숙박시설 예약 등 지도 플랫폼에 연결된 서비스를 글로벌 기업에 빼앗길 수 있다"면서 "국내 관광산업을 위해선 외국인들이 조금 불편해도 국내 지도 플랫폼을 쓰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