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미국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우리나라 원화가 극도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대내적인 수급 불안정 요인도 환율을 오르내리게 하는 요인이지만 그보다는 나라밖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외환시장까지 뒤흔들면서 원화만 곡소리를 내고 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1.9원 하락한 1428원으로 출발했다. 한때 1480원을 넘보던 환율이 낮아진 것은 다행이지만 문제는 바뀌는 속도와 폭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지난 8일엔 하루에 1.1% 급등하더니 곧이어 이튿날 2.2% 급락하는 등 요동을 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수출 감소 우려와 외환보유고 감소 등 전통적인 원화 가치 설명요인들의 불확실성 확대가 원화 변동성 증대 원인으로 꼽힌다.
앞서 JP모건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주일만에 0.9%에서 0.7%로 하향조정하는 등 국내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는 상황이다. 또 외환보유고는 두 달 연속 4100억달러를 밑돌면서 원화 가치에 부담을 주고 있다.
대규모 자금 유입이 기대됐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당초 올해 11월에서 2026년 4월로 미뤄진 것도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에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하지만 이들 요소만으로는 단기 극도의 환율 변동을 설명하기는 많이 부족하다. 원인은 나라밖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원화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달러가 불안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 11일 기준 일주일 사이 달러인덱스(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2.84% 내리며 100.1로 마쳤다. 장중 한때 100선을 내주며 2003년 7월 이후 최하단을 기록하기도 했다. 연초 110선에 달했던 걸 감안하면 줄곧 약세를 이어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예외주의’에 입각해 강세를 이어가던 달러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달러는 미국 경제가 좋지 않아도 안전자산 수요로 인해 강세를 이어가는 이른바 ‘달러 스마일’ 현상을 보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칼날을 상대를 가리지 않고 휘두르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고 이는 곧 달러 선호 약화를 의미하고 있다. 이 틈을 타 일본 엔화와 금이 달러를 대신해 안전자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43엔대까지 떨어지며 엔화 강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달러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일 1420원대로 급락하기 전까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원화 약세)한 탓에 달러 지수와 원/달러 환율 간 괴리가 생겼다. 달러가 약해지면 원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돌연 지난 11일과 이날까지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하는 건 원화 자체의 힘이라기보단 엔화 초강세에 따른 달러와 원화의 괴리 축소가 돌발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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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원화 가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위안화라는 또 다른 주요 변수도 불화실성을 키우고 있다.
중국 역외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지난주 강보합을 기록했지만 중국 당국이 ‘트럼프 관세’에 맞서기 위해 위안화 절하 카드를 쓸 것이란 우려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중국을 ‘촌놈들(peasants)’이라고 표현하고, 중국은 이에 대응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공표하는 등 양국 간 긴장 관계가 감정적으로 악화일로를 겪는 것은 무역전쟁의 전장이 외환시장으로 커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고율 관세에 맞서 가장 효과적인 대응수단은 통화가치 하락이다. 하지만 이를 트럼프 행정부가 용인할리 없다. 결국 위안화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면 원화 가치도 동조화되면서 변동성을 키우게 된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위안화는 미·분쟁이 격화될 땐 약세를 보이다 협상이 진전되면 강세로 돌아서며 미·중 무역전쟁 흐름을 반영했다. 때문에 미·중 협상이 진전되기 전까지 위안화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곧 위안화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원화 또한 출렁이게 하는 요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 혼란 지속에 따른 달러 약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엔화 초강세가 원화 가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위안화 흐름도 여전히 주시해야 할 변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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