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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정말 지지자들을 사랑할까?[점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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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인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기 앞서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신경심리학자 이언 로버튼슨 등 ‘권력의 심리학’을 파고든 여러 연구자의 공통된 결론입니다. 권력이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고, 결국 권력에 중독된다는 이야기인데요. 파면된 뒤에도 반성은커녕 개선장군 행세를 하며 대통령 행세를 멈추지 않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오늘 점선면은 그가 관저를 떠난 날의 장면을 돌아보며, ‘대통령의 자격’에 대한 질문을 던져봅니다.

점(사실들) : 쫓겨나는 사람 맞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 원래 살던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돌아갔습니다. 지지자들은 배웅하며 “윤 어게인”을 외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손을 흔들고 악수하며 호응했고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반성은 끝까지 없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조치 이후 미래 세대가 엄중한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가치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했습니다.

선(맥락들) : 칭찬하면 ‘위대한 국민’, 비판하면 ‘반국가세력’


사실 윤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그랬습니다.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는 ‘내 편’만 챙기고,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의견은 묵살·탄압해 왔죠. 야당을 설득해 협치로 나아가기는커녕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조차 않았습니다. 그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첫 대통령이었습니다. 끝내 국회를 탓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 이르렀지요.

헌법재판소도 이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한다”며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이라고 했어요.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일침을 조금도 새겨듣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국회뿐만이 아닙니다. 비판적인 보도를 한 언론사엔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로 억압했고, 비상계엄 때는 아예 경향신문 등 언론사들에 단전·단수를 시도했어요. 노동조합도 압수수색이나 ‘건폭몰이’ 등을 통해 짓밟았습니다. 비상계엄 담화문에서 드러났듯 윤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이들을 “파렴치한 반국가세력”이라고 봐 왔던 것이죠.

면(관점들) : ‘갈라치기’ 대신 ‘존중하기’


그런데 말입니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있을까요? 관저 퇴거 날 들려온 소식은 조금 다른 정황을 보여줍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과잠(대학교 학과 점퍼)’을 입은 청년들을 집회 앞쪽에 오도록 하고, 50~70대는 입장을 통제했다는 겁니다. 집회에 꼬박꼬박 나온 이들은 대부분 50~70대 였는데 정작 중요한 날엔 ‘그림’을 연출하기 위해 소외된 겁니다. 국민이란 필요에 따라 언제든 ‘활용’하면 그만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인식을 보여줍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갈라치기를 통해 계속 권력을 휘두르며 ‘막후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면서 자신의 지지층을 만들어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거든요. 윤 전 대통령은 파면 후에도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 대선 주자들을 직접 만나거나 통화해 격려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대선 경선을 코앞에 두고도 윤 전 대통령과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고요.

차기 대통령은 이런 갈라치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옵니다.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보편적 연대’를 실행하는 대통령이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혜리 주간경향 기자는 헌재 결정문 중 “민주국가의 국민 각자는 서로를 공동체의 대등한 동료로 존중하고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믿는 만큼 타인의 의견에도 동등한 가치가 부여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부분을 짚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나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통령’이란 직 자체가 “(경제·정치·교육·종교·가족·공동체 등 사회의 여러 하위 영역이) 정파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보편적 연대를 위해 통합적으로 작동하도록 조절”하는 자리라고 설명합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광장에 나온 시민은 이 공직이 본분에 따라 행동하기를 촉구했던 것 아닐까요.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주 3회(월·수·금)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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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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