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자영업자 울리는 포장수수료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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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 걱정 없이 배달비 부담 줄어…포장주문 늘어날수록 수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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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주문 늘어날수록 업주 수익성 개선/그래픽=김지영 |
#서울의 한 치킨집은 지난해 9월 배달의민족(배민) 포장 서비스에 신규 가입했다. 이 치킨집은 지난해 1~7월까지 배민1플러스에만 가입했고 월평균 주문 수는 배달 29건, 포장 0건이었다. 포장 서비스 가입 이후인 9~10월에는 월평균 주문 수가 배달 55건, 포장 23건으로 배달과 포장 비율이 100 대 0에서 70 대 30으로 바뀌었다. 전체 주문 수가 증가한 가운데 증가분 47%가 포장에서 나온 셈이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포장주문이 배달보다 업주들의 마진율이 높다. 포장주문이 활성화될수록 업주의 수익성은 더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평균 주문 객단가를 2만5000원으로 가정할 경우 포장수수료(6.8%·1700원)를 낸다고 해도 3400원 안팎의 배달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게 우아한형제측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배달비의 절반 이상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하루 평균 주문이 30건인 매장에서 배달 27건과 포장(무료) 3건의 주문이, 배달 20건과 포장(유료) 10건으로 바뀔 경우 후자가 56만원 가량을 절감하게 된다. 연간으로는 670만원 정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또 앱을 통한 포장 판매는 오주문이나 노쇼 등 리스크 비용을 없애 업주 입장에서는 배달 앱 전체 판매 중 포장 비중이 늘어날수록 수익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포장 중개 서비스를 시작한 후 주문 건수 증가는 물론 월평균 수익이 증가한 사례들이 나온다며 픽업을 위해 가게를 방문한 고객이 단골이 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도 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포장 주문 서비스도 배달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당사 앱을 통해 노출, 주문이 발생하고 입점 식당의 매출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용료가 발생한다"면서 "배달 주문 서비스와 동일한 수준의 개발 인력 및 유지 관리, 서버 운영 등의 비용이 투입되지만 지난 5년간 중개 수수료 무료 정책을 유지해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투자 구조가 마련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앞으로 포장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연간 300억원 규모의 마케팅 프로모션 투자 및 중개 수수료에 기반한 서비스 재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업주 부담을 낮추고 추가 매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포장 주문에 대한 고객 할인 혜택과 앱 화면에서의 노출을 강화해 현재 5% 안팎에 그치는 포장 주문 비중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업주 입장에서도 포장은 배달비가 없어 주문이 늘어날수록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며 "주문 확대를 통해 실질적인 매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픽업 서비스 이용 업주와 고객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기능 개선 등 서비스 품질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 자율규제 발표에서 포장수수료 유료화를 통해 서비스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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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과 '포장수수료' 소통한 공정위 "무료정책 연장 바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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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온라인플랫폼법제정촉구공동행동 소속 자영업자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2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열린 '배달의민족 울트라콜 폐지 불공정 행위 신고 및 상생협의 촉구 농성 총력전 선포 기자회견'에서 배달앱 수수료 인하와 상생협의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3.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4월 '배달앱 분야 자율규제 방안 이행점검 및 재검토 결과'를 발표하면서 배달의민족(배민)이 포장주문 서비스 중개수수료(이하 포장수수료) 무료 정책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민은 당시 소상공인 대출보증과 전통시장 상인 대상 밀키트 개발 등의 지원책을 새롭게 시행했고, 공정위는 "배민이 입점계약 관행 개선, 분쟁처리 절차 분야에선 자율규제 방안을 잘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후 배민은 포장수수료 무료 연장을 끝내고, 내일(14일)부터 포장수수료로 6.8%를 부과키로 했다. 반면 배민과 함께 포장수수료 무료 정책을 1년 연장한 쿠팡이츠는 올해 이를 더 연장키로 했다. 공정위는 배민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내심 배민도 쿠팡이츠처럼 포장수수료 무료 정책을 추가 연장하길 기대하고 물밑에서 소통도 이어왔다.
하지만 관련 사안은 자율규약으로 정해진 탓에 공정위가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만 공정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시장 여건에 따라 포장수수료에 대한 점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만일 배민의 시장지배적행위남용 등 불공정행위가 감지되면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당초 이번달에 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자율규제 방안 이행을 지난해에 이어 1년만에 다시 점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정국 여파 등으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배달앱 업체들이 자율규제 일환으로 포장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는데 이 기간이 만료된 것"이라며 "소상공인 부담이 큰 상황인 만큼 상생차원에서 지속 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수료 유무료를 직접 강제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배민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18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이정문 의원은 "배민의 포장주문 마케팅 300억 원 투자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비열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1년 기준 대외적으로 공개된 배민 거래액은 약 15조원으로 포장주문이 상점 전체 주문의 약 10%를 차지한다 해도 포장 거래액은 1조 5000억원 정도"라며 "이를 통해 얻는 6.8% 포장수수료에 따른 수익은 무려 1020억 원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300억원이 투입된다 해도 최소 700억원을 고스란히 가져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지난달 19일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석 대표를 만나 포장수수료 문제를 지적하고 자영업자 단체와의 대화를 촉구했다. 우 의장은 "경기가 매우 어려운데 배민이 상생을 한다고 하면서도 수수료를 올려 자영업자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경기상황이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어려워 자영업하는 분들이 매우 고통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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