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연구소인 리더스인덱스가 331개 공공기관 기관장과 상임감사 등 400명을 분석한 결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새로 임명한 공공기관 인사는 총 344명이다. 이 중 149명(43.3%)이 4·15 총선 이후 부임했다. 기관장이 124명, 상임감사는 25명이다. 특히 이중 55명은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국민의힘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로 분류됐다.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화·예술·방송분야와 보수 수준이 높은 공기업에 많은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부적격 인사를 걸러낼 수 있는 인사 시스템 구축, 정책 집행 역할이 큰 기관은 대통령 임기와 연동하는 등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작년 6월 14일 취임한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은 대통령비서실 문화체육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냈다. 대통령실 근무 당시 김건희 여사 국악공연 ‘황제 관람’에 관여했다는 의
민영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
작년 7월 29일 취임한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로,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 저자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됐다. 임기는 2027년 7월 28일까지다.
작년 8월 1일 취임한 민영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은 2021년 8월 윤석열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국민통합특보, 2023년 3월 국민의힘 홍보본부장, 6월에는 국민의힘 특보단장을 역임한 정치인 출신이다.
민 사장은 사장 공모 당시 제출한 지원서에서 관련 분야 논문 발표, 연구 및 과제 수행 주요 업적, 국가 발전 기여 업적, 포상 실적 등을 모두 공란으로 제출해 자격 논란이 일었다. 임기는 2027년 7월 31일까지다.
작년 8월 1일 취임한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은 보수 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 초대 대표다. 22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추천으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임기는 2027년 7월 31일까지다.
작년 8월 20일 취임한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은 4선의 국민의힘 국회의원 출신이다. 2027년 8월 19일까지 임기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광복회가 일제 강점기가 한국 근대화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하는 뉴라이트 계열로 지목한 인사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 유관단체 반발에도 임명을 강행, 논란을 빚었다. 임기는 2024년 8월 8일부터 2027년 8월 7일이다.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
국토교통부 1차관을 지낸 김경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수립에 기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기도 했다. 작년 9월 26일 취임해 임기만료는 2027년 9월 25일이다.
작년 10월 2일 취임한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비후보인 시절부터 캠프에서 활동했다. 대선 본선 때는 부산광역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안 사장은 취임 당시 공사의 주 업무인 해운분야 경험이 전무해 전형적인 보은성 인사로 비난받았다. 임기는 2027년 10월 1일까지다.
한국전력 등 알짜 공기업 CEO 정치인 독식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중 주요 에너지 공기업 CEO에 정치인들이 잇따라 취임해 논란을 빚었다. 좌로부터 김동철 한전 사장, 권명호 동서발전 사장,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강기윤 남동발전 사장, 정용기 지역난방공사 사장. |
국민의힘 소속으로 제19대와 제21대 국회의원을 지낸 강기윤 한국남동발전 사장은 남동발전 역사상 첫 정치인 출신이다. 작년 11월 4일 취임해 2027년 11월3일까지 임기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제21대 국회의원)은 강기윤 사장과 같은 날 취임했다.
윤석열 정부는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제17~20대 국회의원),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20대 국회의원),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제20대 국회의원)에 이어, 강기윤 사장과 권명호 사장을 에너지 공기업 수장으로 임명했다. 모두 국민의힘 소속으로 한 정권에서 에너지 공기업 사장에 국회의원 출신을 5명 임명한 것은 전례가 없다.
권백신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이사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정치인 출신이다.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기획위원으로 활동했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작년 11월 20일 취임해 임기는 2027년 11월 19일까지다.
지난해 12월 2일 취임한 윤두현 그랜드코리아레저 사장은 21대 국회의원으로 윤석열 대통령후보 직속 전략자문위원회 위원,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부의장 등을 지냈다. 22대 총선에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임기는 2027년 12월 1일까지다.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후에도 낙하산·알박기 인사는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9일 취임한 홍원화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경북대 총장 재임 시절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신청해 논란을 빚었다. 임기는 2027년 12월 8일까지다.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수조 원 규모의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운영·관리하는 국가 R&D 정책의 핵심 집행기관
이창수 고용정보원장 |
고용노동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한국고용정보원 이창수 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대변인과 인권위원장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고용정책이나 노동시장 관련 경험은 없다. 작년 12월 11일 취임했다. 임기만료는 2027년 12월 10일이다. 이창수 원장은 당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임명했다.
임상준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공직 생활 대부분을 국무조정실에서 보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5월부터 대통령실 국정과제비서관으로 근무했으며 2023년 6월부터 환경부 차관으로 1년간 일했다. 올해 1월 31일 취임해 임기는 2028년 1월 30일까지다.
4·15 총선 이후 공공기관 감사 낙하산 ‘싹쓸이’
기관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상임감사직은 보은성 낙하산 인사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공공기관 상임감사 연봉 평균은 1억 6186만원이다. 장관 연봉(약 1억 3718만 원)보다 높고, 국무총리 연봉(약 1억 8656만 원)보다는 낮다.
한국동서발전 이철원 상임이사(전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장)는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가 카투사로 군에서 복무하던 시절 특혜 의혹을 제기했던 인물이다.
장종현 인천국제공항공사 상임감사는 대통령경호처에서 감사관, 인사부장 등 요직을 거쳐 작년 10월 28일 공사로 자리를 옮겼다.
권통일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보필하며 10여년간 보좌관으로 일했다. 윤석열 대선캠프에서는 상근 부대변인으로 활동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작년 11월 1일 부임했다.
작년 11월 18일 취임한 성동규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임감사는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거쳐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했다.
박춘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상임감사는 서울시 송파구에서 11대와 12대 구청장을 지낸 인물이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송파 병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뛰었으나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후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으나 후보명단에 들지 못했다. 박춘희 상임감사는 작년 11월 18일 취임했다.
올해 1월 1일 취임한 조정대 경상국립대병원 상임감사는 박대출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진주고등학교 49회 동창이자 박 의원 보좌관으로 9년간 일했다. 같은날 취임한 정경복 전북대학교병원 상임감사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 전 국민의힘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허정환 한국전기안전공사 감사 |
올해 2월 28일 취임한 김형진 한국벤처투자 상근감사는 국회 보좌관으로 18년간 일했으며 2022년부터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재직했다.
한전 자회사인 한전원자력원료주식회사 김대호 상임감사는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 위원으로 일했다. 작년 8월 27일 취임했다.
김대호 감사는 개인 SNS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사악하다’고 비난하며 “이재명과 함께 하는 것은 이 나라를 파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임 요구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