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자영업자 울리는 포장수수료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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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늘어나는데 '포장수수료'까지 떠안은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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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이 '포장주문 중개 이용료'(이하 포장수수료) 무료 지원을 중단한다. 배민을 통해 영업하는 자영업자 점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배민은 수수료가 높은 배달 주문을 포장으로 유도해 점주의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점주들은 수수료 부담 탓에 매출이 크게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배민은 그동안 포장주문도 배달중개(수수료 7.8%)와 똑같이 운영한 탓에 개발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단 입장이다. 수수료를 받지 않다보니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투자 구조가 마련될 수 없었고 성장이 더뎠다고 했다. 배민은 특히 수수료를 받을 경우 고객이 포장 주문을 통해 다양한 할인 혜택을 누리고, 점주는 라이더 배달비가 없어 주문이 늘어날수록 수익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상생하는 방안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자영업 점주 고객들은 수수료 부담을 토로한다. 경기침체로 매출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포장주문까지 수수료를 낼 경우 남는게 더 없어져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국내 자영업자 수는 올해 1월 기준 550만명 수준으로 지난해 11월 570만명보다 20만명 줄었다. 그 사이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었단 의미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포장수수료를 받아 소비자 할인 혜택을 마련한다고 했는데, 이는 자영업자로부터 돈을 받아간단 의미일뿐 상생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결국 업주 부담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플랫폼 사업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포장수수료의 경우 지난해 업체들의 자율규제 방안 이행점검 후 결정됐던 사안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공정위 관계자는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수수료 유무료를 직접 강제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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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수수료 월 73만원 늘어"…사장님 '폐업' vs '가격인상'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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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주문으로 버텨왔는데...자영업자들은 안 되는 게임을 하며 자멸로 가고 있습니다."
인천에서 20여평짜리 분식집을 3년간 운영해 온 전모씨는 배달의민족(배민)의 포장 중개 수수료(이하 포장수수료) 부과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배민이 내일(14일)부터 포장주문에도 수수료를 매기기로 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수익이 줄어들 뿐 아니라 음식 가격을 올리거나 기존에 소비자들에게 주던 혜택을 없애 오히려 부담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포장주문이 숨 쉴 틈..폐업도 고려
포장 수수료를 부과하면 2만원짜리 메뉴 기준으로 종전에 내지 않았던 수수료 1360원(6.8%)을 내야 한다. 여기에 기존 결제 수수료 660원(3.3%)를 감안하면 포장 1건당 총 2020원이 수수료로 붙게 된다.
전씨의 매장에서 배민 주문 중 포장의 비중이 30%에 달한다. 하루 평균 주문 60건 중 18건 가량이 포장이란 얘기다. 내일(14일)부터 이 18건에 포장수수료가 추가되고 이를 하루 물량으로 계산하면 총 수수료는 3만6360원이 된다. 한 달로 치면 포장수수료 73만원이 더해진 109만800원이 전체 수수료로 나가게 되는 셈이다.
배달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수료가 없는 포장이나 홀 주문 의존도를 높여왔던 자영업자들은 허탈한 모습이다. 전씨는 포장 손님에게 음료수나 계란 등을 무료로 주며 포장 주문 유입을 늘려왔다. 그는 "포장주문이 그나마 이익이 남았는데 여기에 수수료까지 붙으면 자영업자 타격은 더 크게 느껴진다"며 "무료 서비스를 없애는 등 다른 방법을 찾겠지만 폐업도 선택지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업의 배민 포장 비중은 5~10% 정도다. 일반 외식업보단 비중이 작지만 자영업자들은 그간 포장 주문을 유도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경기 용인에서 푸라닭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황지웅씨는 "포장에 할인을 많이 넣으면서 포장과 홀 장사로 먹고살았는데 배민이 포장수수료를 부과하면 남는게 더 없어져 장사를 해야겠단 마음이 안 든다"며 "포장 주문에 서비스로 주던 떡 튀김을 빼는 걸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촉구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배달비 수수료 문제 진짜 끝장내자 농성행동 개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지난 정부 주도로 진행된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실패함에 따라 결국 자영업자들이 거리에 나와 배달의민족에 제대로된 상생을 요구하기 위해 농성에 돌입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2025.2.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혜택 줄고 가격 오른다
자영업자들은 부담이 가중돼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단 입장이다. 2010년 배달 플랫폼 등장으로 꾸준히 소비자 가격이 올랐던 과거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지만, 포장수수료 도입에 대응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다.
서울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을 14년째 운영해온 차모씨는 "배달 플랫폼이 나타나면서 배달비와 수수료 개념이 생겼고 이런 비용 인상이 수년간 쌓이며 가격도 끌어올렸다"며 "배민이 포장 주문에 할인 혜택을 주겠다고 하지만 결국 음식 배달 값이 계속 오른 것처럼 피해는 소비자에게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매장에선 포장이나 방문해서 먹으면 배달 가격보다 저렴하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배민이 할인 혜택으로 배달 주문을 유도하고 있어 영세업자는 힘쓰기 어렵다"며 "이같은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결국엔 가맹 본사에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장님들도 많다"고 부연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굽네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피세준씨는 "포장 주문하는 손님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음료수나 할인 쿠폰을 줬는데 이마저도 부담이 돼 빼야 할 것 같다"며 "아니면 마지막 카드로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씨도 "배민을 통하지 않는 전화 주문을 유도하려고 해도 어렵다"고 전제한 뒤 "전단지를 만들어도 과거처럼 아파트·빌라 등에 붙이기도 어려울뿐더러 나눠줘도 손님들은 잘 보지 않는다"면서 "가격을 올리거나 폐점하거나 남은 선택지는 둘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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