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혼자 아냐...주변국과 대미 연합 전선 구축
③ 권위주의 체제로 인해 '단일대오' 유지 가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시 주석은 미국과의 관세전쟁에 대해 두렵지 않다라고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미국을 겨냥해 스스로를 고립시킬 것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베이징=AP 뉴시스 |
"의존한 적 없어 불합리한 억압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미중 관세 전쟁 격화 국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일 처음 미국을 겨냥한 공개 입장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145%의 관세 폭탄에도 굽히지 않겠다는 거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압박에 중국이 이처럼 기세등등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11일(현지시간) 미국이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을 상호관세 품목에서 제외했다는 발표는 관세전쟁 개시 이후 중국에 전해진 첫 승전보나 다름없었다. 미국 기술 기업을 보호하고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미국 애플사 제품인 아이폰의 80% 이상이 생산되는 중국이 최대 수혜를 누리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관영 신화통신 계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뉴탄친'은 "트럼프 행정부의 후퇴가 우스꽝스럽다"며 "관세와 무역 전쟁은 (미중) 양측 모두에 피해를 주겠지만 가장 먼저 피해를 볼 곳은 애플 같은 미국의 기술 회사일 것"이라 말했다. 주말 내내 중국 주요 검색 사이트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후퇴'가 검색어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중국의 3가지 '뒷배'
화물 컨테이너들이 8일 중국 동부 장쑤성 난징시의 한 항구에 쌓여 있다. 난징=AFP 연합뉴스 |
제1 경제 대국인 미국에 125% 맞불 관세까지 놓으며 "버텨볼 만하다"는 중국이 믿는 구석은 일단①14억 내수 시장이다. 중국 상무부는 10일 수출 기업들이 국내 판매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2024년 수출실적을 달성한 기업 중 85%가 국내에서도 물건을 판매했는데, 관세 전쟁으로 막힌 대(對)미국 수출품을 내수 시장에서 소화하겠다는 심산이다. 실제 중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는 2018년 19.2%에서 지난해 14.7%로 감소 추세에 있다.
중국 기업들도 돕고 있다. 중국 내 대형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은 2,000억 위안(약 39조 원)을 들여 수출업체 제품을 직접 구매해 내수 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거대 기업들이 속속 결사항전 진열에 합류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13일 "기업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니 관세 부과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독려했다.
②중국 혼자만의 싸움도 아니다. 유럽과 일부 아시아 국가들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관세 부과에 불만을 삭이고 있다. 미 동맹국들과 공동의 방어 전선을 구축해볼 외교적 공간이 열릴 수 있다. 실제 중국과 유럽연합(EU)은 오는 7월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관례상 시 주석이 유럽을 찾을 차례이나 이례적으로 유럽 측에서 중국행을 택했다. 또한 시 주석은 14일부터 5일간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순방에도 나설 계획이다.
③권위주의 통치 체제도 '단일대오' 유지에 유리하다. 미국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 카리슈마 바스와니는 중국 외교 전문가의 표현을 인용해 "시진핑은 사실상 무한정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중간선거를 의식해 유권자의 여론을 살펴야 하고, 소비자·기업의 불만을 돌파해야 한다. 14억 인민들에게 '대미 항전'을 독려할 수 있는 시 주석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