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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혔던 ‘창고 영화’ 흥행…SNS 입소문으로 살려낸 ‘승부’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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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배급사, ‘창고 영화’ 잇단 흥행
논란된 배우들 포스터서 지우고 예능 같은 쇼츠로 입소문 마케팅
‘승부’ 180만명 손익분기점 앞둬…‘소방관’도 기부 챌린지로 흥행
“개봉 지연 작품, 중박 보여줘”… “마케팅이 시장 왜곡 가능성”
동아일보

바이포엠스튜디오는 배우 리스크 등으로 주요 배급사들이 손을 뗀 ‘창고 영화’를 사들여 연이어 흥행시켰다. 영화 ‘승부’의 SNS 마케팅.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바둑 기사 조훈현, 이창호 사제(師弟)를 그린 영화 ‘승부’가 12일 기준 관객 수 169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18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약 사건으로 2년 넘게 개봉이 미뤄진 ‘창고 영화’지만 지난달 26일 개봉 이후 입소문을 타고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영화의 배급을 맡은 건 2022년 영화 사업에 진출한 신생 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다. ‘승부’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늦장 개봉했던 ‘소방관’ 등 팬데믹 이후 개봉이 지연됐거나 배우 리스크 등으로 배급처를 찾지 못해 떠돌던 ‘창고 영화’를 사들여 연이어 성과를 냈다. 영화업계에서는 ‘바이포엠 미스터리’란 말이 나온다.

● 빈사 상태 극장가서 리스크 큰 작품으로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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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사건이 터진 유아인 없이 이병헌만 앞세운 포스터.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최근 바이포엠의 행보는 ‘기대작이 말랐다’고 할 정도로 고전 중인 한국 영화계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은 3년 연속 없다. 송혜교 주연 기대작 ‘검은 수녀들’도 167만 명의 관객에 그치며 손익분기점(160만 명)을 겨우 넘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포엠이 지난해 12월 개봉한 ‘소방관’은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385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2020년 촬영을 마쳤지만 팬데믹으로 개봉이 미뤄졌다가 2022년 주연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으로 배급사를 떠돌았던 영화다. 2021년 촬영을 마친 ‘승부’ 역시 이듬해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약 사건이 터지면서 개봉이 보류됐고 넷플릭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등을 떠돌았지만 현재 손익분기점을 앞두고 있다. 바이포엠이 올해 1월 배급한 권상우 주연 영화 ‘히트맨2’도 완성도가 높지 않다는 평가 속에서도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 처음부터 ‘중박’ 노린 SNS 마케팅 등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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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영화를 볼 때마다 일정 금액을 소방관을 위해 자동으로 기부하게 했던 영화 ‘소방관’의 ‘119 챌린지’.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영화계에서는 바이포엠의 성공 요인으로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꼽는다. 애초에 대박보다는 관객 200만∼500만 명 사이의 ‘중박’ 영화를 노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체 마케팅 예산의 약 40%를 개봉 이후에 투입했고, 관람객 반응에 따라 SNS 홍보 콘텐츠 방향을 즉각 조정했다.

예를 들어 영화 ‘승부’에서는 이병헌(조훈현 역)의 실제 아내인 배우 이민정이 유튜브 쇼츠 콘텐츠에 출연해 ‘입소문 조력자’ 역할을 했다. 명장면과 명대사를 요약한 짧은 클립은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확산되며 홍보 역할을 했다.

배우 관련 논란이 부각되지 않도록 하는 데도 공들였다. ‘승부’ 포스터 등은 유아인 없이 이병헌을 전면에 내세워 원톱 마케팅을 펼쳤다. 영화 ‘소방관’ 홍보 때는 배우 곽도원을 지운 대신 관객이 영화를 볼 때마다 일정 금액을 소방관에게 기부하게 되는 ‘119 챌린지’를 앞세웠다.

한상일 바이포엠 영화·드라마사업 이사는 “악재가 있지만 마케팅 전략에 따라 성공할 영화라고 봤다”며 “이렇게 적정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작품군이 다양해져야만 산업 전반이 회복세를 탈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럴 마케팅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과도한 마케팅은 좋은 영화가 죽고, 나쁜 영화가 살아남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승부’와 ‘소방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줬기 때문에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바이포엠이 앞으로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가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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