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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展
해골 100개 ‘매스’ 등 24점 소개
동아일보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의 작품 ‘마스크 II’(2002년)가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전시된 모습. 뉴스1


핏줄이 비쳐 보일 정도로 하얀 피부, 털과 주름, 손톱 발톱까지 자세하게 묘사된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작은 인체 형상들…. 호주 출신의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1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했다. ‘론 뮤익’전은 그의 주요 작품과 스튜디오 사진, 다큐멘터리 필름 등 총 24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작가가 잠든 자기 얼굴을 확대해서 표현한 ‘마스크 II’로 시작한다. 눈을 감고 받침대에 뺨을 기댄 남자의 얼굴은 편안하면서도 섬뜩한 기분을 자아내는데, 뒤편은 텅 비어 있다. 앞부분은 매우 사실적이지만 뒤로 가면 입체가 아닌 껍데기만 있는 작품임을 알게 된다.

대형 설치 작품 ‘침대에서’는 이불을 덮고 벽에 살짝 기댄 채 누워 있는 여성의 모습을 거대하게 표현했다. 침대는 사적인 공간이지만 누군가의 공간을 침범한다기보다는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이 돼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나뭇가지를 든 여인’, 초기 작품 ‘유령’을 비롯해 작품 대부분은 옷을 입지 않은 누드의 인물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 기획자가 가장 강조한 공간은 커다란 해골 100개를 전시장 위편의 창까지 쌓아 올린 ‘매스’다. 작가가 프랑스 파리 지하 묘지(카타콤)를 방문했을 때 산더미처럼 쌓인 인간의 뼈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공간마다 설치 방법이 달라지는데, 한국 전시에서는 층고가 14m에 달하는 전시장의 특성에 맞춰 높이를 강조해 전시했다.

영화 특수 분장 일을 했던 뮤익은 1997년 영국에서 열린 ‘센세이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실제의 절반 크기로 표현한 ‘죽은 아빠’를 출품해 주목받았다. 그 뒤로도 작가는 이 같은 표현 방식을 고수하며 모든 작품을 손수 제작하고 있다.

뮤익은 30년 가까이 활동했음에도 작품이 총 48점에 불과하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중 대형 작품 두 점(‘마스크 II’, ‘침대에서’)은 앞서 서울에서 이미 전시한 적이 있다. 작품 수가 많지는 않지만 뮤익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기묘한 감각을 자아내는 ‘포토존’으로서 즐길 만한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7월 13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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