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에 있는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장 내부 모습. 이 공장이 만들어낸 일자리는 2600개로 커머스시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SK온 제공 |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는 원래 주민들이 농업과 창고업 등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소도시였다. 하지만 SK그룹의 배터리 회사 SK온이 3년 전 이곳에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도시 성격이 완전히 탈바꿈했다. 공장 가동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새롭게 상권이 형성되며 덩달아 집값도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배터리 공장은 모두 26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이는 커머스시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조지아주는 이처럼 SK가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감사의 표시로 공장 인근 도로명을 ‘SK블러바드’로 바꾸기도 했다. 조지아주 SK온 공장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본토에 직접 진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지역 발전에도 이바지하는 한미 경제 윈윈 사례로 꼽히고 있다.
[코러스노믹스 2.0, 美서 뛰는 한국기업들] 〈2〉 SK온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전기차 20만대분 배터리 생산…하청기업도 따라와 낙수효과
SK 기금으로 시민센터 개보수…지역대학과 협력해 인재 키워
농업 위주 시골, 첨단도시 변신…SK “관세 장벽 반사이익 기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북동쪽으로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달리면 인구 7000명의 커머스시가 나온다. 이곳에서 5분가량 더 이동하니 축구장 35개 크기인 연면적 25만 ㎡ 규모의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9년 이곳에 SKBA 1공장을 짓기 시작해 2022년 1분기(1∼3월)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그 후 2공장도 2022년 4분기(10∼12월)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갔다. 1, 2공장을 합쳐 전기차 20만 대에 장착할 수 있는 연간 22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를 생산한다. 이곳에서 만드는 배터리는 포드와 폭스바겐 전기차에 장착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현대자동차·기아에도 공급하고 있다.
● SK온이 3분의 1 책임진 美 커머스 일자리
SKBA 건립은 일자리, 세금, 산업 구조 측면에서 커머스시를 완전히 바꿨다. 인구 1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커머스시는 SKBA가 들어서기 전에 창고업, 농업, 목축업 등을 하던 전형적인 미국 소도시였다. 이런 도시에 SKBA의 첨단 공장이 들어서자 일자리가 생겼다.
SKBA의 지역 주민 채용 목표는 2600명이었다. 당초 2024년까지 달성할 계획이었지만 2022년 조기 달성했다. 단순 계산으로 커머스시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SK온 공장이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조지아주는 “최근 10년 동안 SKBA 등 조지아주와 협력한 한국 기업들이 만들어 냈거나 만들어 낼 예정인 총 일자리 수는 3만3600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커머스시는 최근 행정 복합 시설인 시민센터를 개보수해 재개관식을 열었다. 시민센터를 개보수하는 데는 SKBA가 납부한 지역 발전기금이 재원으로 쓰였다. 매슈 헤일리 커머스시 시티 매니저는 “SKBA가 납부하는 자금은 지역 학교의 시설 개선에도 사용하고 있다”며 “SKBA로 우리 도시가 다양한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BA는 지역의 조지아대(UGA), 케너소주립대와 연계해 우수 학생 장학금 수여 등 산학협력도 하고 있다. 특히 ‘캡스톤 프로젝트’가 현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한다. UGA 학생들이 공장 운영, 제조 솔루션 등과 관련된 연구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SKBA 현직 직원들의 피드백을 받는 등 실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제도다. 스티븐 더럼 UGA 공과대 임시 학장도 “캡스톤 프로그램 등 SKBA가 조지아 내 교육을 촉진하려는 노력에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SKBA를 쫓아 다른 기업들도 커머스시에 둥지를 틀었다. SKBA 배터리에 전해질을 공급하는 엔켐, 전기 배선업체 위즈텍 등이 대표적이다. 소도시 커머스가 SKBA 준공 후 ‘낙수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이날 공장에서 만난 크리스천 보키치 SKBA 홍보 디렉터는 “SKBA는 구내 식당 운영 등도 최대한 지역 업체를 이용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 “미국 현지 생산 가치 오를 것”
SKBA는 지난해 말 2공장 일부 생산라인을 현대차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 생산용으로 바꿨다.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현대차와 합작해 조지아주 바토에도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BA 관계자는 “현대차와의 비즈니스를 통해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안정적인 고용 유지”라고 말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관세 장벽’을 치면서 미국 배터리 공장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온 관계자는 “그동안 유럽이나 아시아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수입해 사용하던 미국 내 완성차 업체들이 관세 영향에서 자유로운 미국산 배터리로 눈을 돌릴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며 “미국 현지에서 양산 경험을 쌓으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생산시설의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1984년 첫 진출 이후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에 생산기지를 만들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5000억 원)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패키징 기지를 짓고 있다. 완공되면 2028년부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한다. 미 뉴저지주에 위치한 SK바이오팜 미국 법인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현지 판매 중이다. SK그룹은 “최근엔 미국 현지에서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주요 글로벌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AI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커머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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