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조치로 촉발된 미·중 관세전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스마트폰, 메모리칩 등에는 상호관세 부과를 제외하면서 한국이 받는 영향은 더 복합적일 것으로 전망돼 국내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면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전쟁 속 “중국산 일부 대체 가능”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은 12일(현지시간)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통해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장비 등을 제외한다고 공지했다. 미국 기업인 애플, 엔비디아 등을 보호할 목적으로 이들 품목을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반도체 등 이들 업체와 사업 범위가 겹치거나 관계가 긴밀한 삼성전자, 대만 TSMC 등이 도움을 받을 것으로 블룸버그통신 등은 전망했다. 미국은 현재 중국에 125% 상호관세와 ‘10%+10%’ 관세를 별개로 부과하는데 상호관세 제외로 중국에서 수입한 스마트폰에 20% 관세는 계속 부과하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2024년 12월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중국 CATL사가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을 공개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CATL 등 중국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이번 관세 폭탄으로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 제품이 다른 국가 제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배터리 3사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배터리 3사는 미국에 현지 생산체계를 확대 구축하고 있다.
다만 이미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벽을 세우고 있기에 우리나라가 입을 반사이익이 제한적일 수 있고, 국내 기업이 부품을 중국에서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 공급망 다변화가 숙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국내에서 미국향 제품을 생산할 때는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미국 외 시장으로 수출하는 제품에는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중국산 원자재를 포함하는 ‘공급망 이원화’ 등 새로운 공급망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사이익 얻더라도 악재일 수밖에
13일 기준으로 미국은 대중국 관세를 145%까지 올렸고 중국도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125%로 높이며 ‘맞불’을 놓았다. 중국과 미국이 각각 1·2위 수출 대상국인 우리나라는 미·중 관세전쟁 속에서 대체시장을 일부 찾더라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 수출액 6838억달러에서 중국·미국 수출액은 각각 1330억달러, 1278억달러로 두 국가의 비중이 38.1%에 달했다.
지난 10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스1 |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공급망 분석을 통해 살펴본 한·중 무역구조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출품 중 78.4%는 중간재로, 이 중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품목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할수록 중국의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국산 중간재 수요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만 해도 중국 전자제품에 들어가 완제품으로 조립된 뒤 수출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이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유럽연합(EU) 등 제3국 공략을 강화할 확률이 높아 이 또한 한국 수출에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한아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수입의 절반 정도는 전자·전기 제품”이라며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에 들어가는 우리 중간재 수출도 영향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수요 위축에 따른 수출 감소를 우려할 때”라고 설명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국제통상)는 “한·중 무역이 긴밀한 협력관계라 우리나라는 미국의 어떠한 보복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 의존도를 장기적으로 줄여야 하나 우리나라는 중국과 디커플링은 불가해 대중 무역 시 위험요소와 이익요소를 한꺼번에 고려해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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