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해방 관세(상호관세)’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일주일 사이 23여년만에 최대폭으로 뛰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
트럼프의 ‘상호 관세’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일주일 사이 24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치솟으며(채권값은 폭락) 채권 시장이 발작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안전자산)’가 흔들리면서, 금리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11일 연 4.494%를 기록했다. 지난 4일(연 4.009%)과 비교하면 일주일 사이 0.5%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2001년 11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 폭이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날 “29조 달러(약 4경 1362조원) 상당의 미국 국채 시장이 유동성 악화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경진 기자 |
일반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안전자산인 미국 채권 몸값은 뛴다. 미국 정부가 보증해 파산 우려가 낮은 미국 채권을 사려는 자금이 몰리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를 압박하는 침체 공포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구원투수’로 나설 것이란 기대에 채권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전통적인 채권시장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도 미 국채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관세 폭격을 맞은 중국 정부가 미국 국채 매각 카드로, 미국을 흔들 수 있어서다. FT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7590억 달러로 일본(1조 1680억 달러) 다음으로 많다. 미국 국채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약점)이다. 국채 금리가 뛰면 35조 달러(약 5경원) 상당 미국의 연방 부채에 따른 이자 부담이 치솟기 때문이다.
또 주요 금융상품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국채금리가 오르면 개인·기업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주택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내년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트럼프에겐 악재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주식은 보지도 않는다”며 “(우리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한 이유다.
시장에선 중국의 미 국채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수치 확인은 어렵지만, 중국이 미국 관세 전쟁에 맞서 미국 국채를 일부 매각했을 수도 있다”며 “중국 입장에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 금융시장 혼란을 일으킬 무기로 미국 국채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헤지펀드의 ‘베이시스 트레이드’(basis trade)‘ 청산이 시장 수급에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있다.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국채 선물과 현물 간의 가격 차이(basis)를 활용한 차익거래 전략을 의미한다. 헤지펀드들은 이 과정에서 수십 배 빚을 내(레버리지) 투자한다. 문제는 시장 예상과 달리 채권값이 폭락(금리 급등)하면서 일부는 강제 청산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0년 팬데믹 초기에도 헤지펀드의 베이시스 트레이드 청산으로 채권시장이 흔들렸다.
상당수 전문가는 한동안 미국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 윤여삼 연구원은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단기간 해소되긴 어렵다”며 “여기에 중국과 캐나다 등이 관세 보복으로 미국 국채 매각 카드를 꺼낼 수 있어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베이시스 트레이드 청산으로 단기적으로 수급이 꼬였다”며 “외국인 투자자의 미국 자산 시장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독일 국채 등은 미 국채 수요를 대체하긴 어려워, 시장이 정상화되면 안전자산 지위도 되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10일(현지시간) 220억 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미국 국채 입찰에선 견조한 수요에 시장 예상보다 낮은(국채 가격은 상승) 금리(연 4.813%)가 결정됐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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