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UFC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마이애미로 가는 전용기 내서 취재진을 만나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월요일(14일)에 답을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2025.04.13 /AFPBBNews=뉴스1 |
외교통상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미 국채시장의 금리 급등 직후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동안 유예하기로 한 데 이어 또 한 번 예외 조치를 발표하면서 금융시장에 이어 빅테크에도 떠밀렸다는 평가와 함께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관세전쟁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 조치가 사전 예고 없이 11일 밤 10시36분 미국 관세국경보호국이 홈페이지에 올린 안내로 발표된 것을 두고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고 없이 '올빼미 공지'로 발표된 이번 조치는 미국 언론에서도 12일 오전에야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지난 5, 6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미국 vs 중국 2차 무역전쟁 일지/그래픽=김현정 |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한 지난 4거래일 동안 애플이 시가총액은 7730억달러(약 1102조원) 증발했다. 월가에선 상호관세 국면에서 미국 기업 중 애플만큼 피해를 입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진단까지 나왔다.
이번 예외 조치로 중국에서 제조된 아이폰에 지난 2, 3월 부과된 이른바 '펜타닐 관세'(20%)까지 면제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지만 상호관세의 일환으로 발표된 관세는 지난 5일부터 발효된 10% 기본관세까지 모두 면제된다.
애플과 함께 글로벌 스마트폰 '빅2'로 평가받는 삼성전자가 더부살이 수혜를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발 깊숙이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상황이다. 애플은 중국 현지 생산품에 대한 125% 관세 부담을 모두 벗게 됐지만 애초에 상호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베트남(46%)에서 주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오히려 미국시장에서 애플을 따라잡을 기회가 사라졌다고 볼 수도 있다.
업계 한 인사는 "컴퓨터 노트북이나 반도체 칩 시장에서야 일부 수혜가 있겠지만 스마트폰 시장만 놓고 보면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가 얻을 수혜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된다"며 "이번 조치는 철저히 애플과 미국 소비자들을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최대 수혜자는 오히려 중국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결정은 글로벌 공급망에 필수적인 제품들이 미국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자 미국의 제조 능력 부족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중국에 한번 무릎을 꿇었다는 평가에 가깝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완화와 관련한 첫 신호"라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 분석을 인용해 이번 면제 조치로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의 23%가 관세 제외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교역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돌연 90일 동안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데도 중국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금융위기 조짐이 보이자 상호관세를 유예하기로 한 과정에 중국의 미 국채 대량 매도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608억달러(약 1085조원)로 일본(1조793억 달러·약 1539조원)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외교통상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약점을 노출한 격이라 중국과의 협상이 쉽진 않을 것"이라며 "중국도 이런 상황을 이미 예측했기 때문에 지금껏 버텼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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