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UFC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마이애미로 가는 전용기 내서 취재진을 만나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월요일(14일)에 답을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2025.04.13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마이애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폰, PC, 반도체 등을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하자 국내 관련 업계가 한숨을 돌렸다. 미국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애플 등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내린 이번 조치에 국내 기업이 수혜를 입는 모양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별도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긴장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은 11일(현지시간)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 지침을 통해 스마트폰, PC, 디스크 드라이브,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 카드, 평면 패널 TV 디스플레이, 태양 전지,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반도체 제조 장비 등 20가지 품목을 상호관세 목록에서 제외했다.
스마트폰 등을 제조하는 빅테크가 상호관세로 타격을 받는 상황에 놓이자 미국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자사 제품의 80%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어, 고율 관세가 적용될 경우 아이폰 가격이 최대 세 배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폭넓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애플의 일부 제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유예한 전례가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다행'이라면서도 상황이 급변하는 만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가 간 상호 협상에 따라 관세 정책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면서 "조치가 아직 시행된 게 아니라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그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등 여러 행사에서 상호관세와 관련해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따라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에서 스마트폰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취지다.
LG전자 역시 안도하는 분위기 속 상황을 잘 살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LG전자 관계자는 "관세 이슈가 워낙 변동성이 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생산지별 제조원가 경쟁력을 고려해 '스윙 생산체제'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과 PC가 상호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반도체 업황에 긍정적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미국향 스마트폰과 PC 등 IT 디바이스 가격이 오르고 소비가 둔화하면서 범용 메모리 시장 자체가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IT 기기에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하는 국내 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됐으나 이번 조치로 이는 해소된 셈이다.
반도체 장비의 상호관세 면제는 현재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다 반도체 상호관세 면제 품목도 늘었다. 반도체는 메모리 모듈, 반도체 장비, SSD를 제외하고는 상호관세 면제 대상이었지만, 이번 발표로 SSD와 반도체 장비 등이 면제 대상에 추가됐다.
다만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시시각각 바뀌는 만큼 정책 방향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14일에 구체적인 답을 주겠다"며 반도체에 대한 별도 관세 부과 카드가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와 관련해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말이 달라지는 상황"이라며 "어떤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주시하면서 공급망 분산도 모색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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