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11일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21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당 경선 불참을 선언하면서 국민의힘 경선 판세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의 대항마가 될 만큼 두각을 보이는 인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누가 두 '잠룡'의 지지율을 흡수해 1차 예비경선(컷오프) '빅4'로 올라설 지가 국민의힘 경선의 최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보수 대통령이 연속 탄핵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은 제대로 된 반성과 변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 아무런 절박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수의 영토를 중원으로 넓히기는커녕 점점 쪼그라드는 행태가 할 말을 잃게 한다"며 "저 유승민은 어디에 있든 제가 꿈꾸는 진정한 보수의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 직격했다.
유 전 의원의 이번 경선 불참은 앞서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확정한 당내 경선 룰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제21대 대선 관련 경선 방식을 발표했다. 1차 예비경선(컷오프)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100%)로 4명의 후보를 압축한 뒤 2차 컷오프부터 당원 50%·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해 최종 2명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유 전 의원도 해당 조항을 '이상한 제도'라고 평가하며 "사실상 당심 100%(당원 투표 100%)하고 거의 비슷하다"고 비판해 왔다. 11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방식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기"라며 "대선후보 선출을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0%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하지만 1∼3차 경선에 모두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만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선 규정으로는 대선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당 선관위는 패배를 자초하는 잘못된 생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걸 보고 굉장히 분노했다"고 격분했다. 유 전 의원은 주말 동안 출마 여부를 고민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경선에 불참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앞서 유력 대권 주자였던 오세훈 시장도 전날 '뜻밖의'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울 여의도 맨하탄21 빌딩에 캠프까지 마련한 오 시장은 대선 출마 선언을 불과 하루 앞두고 불출마를 택했다.
오 시장의 이번 결정엔 '한덕수 대망론'의 영향이 컸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출마 촉구 기자회견이 준비될 만큼 당 내 추대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다만 오 시장은 한 대행 차출론에 대해 "출마를 촉구하는 당내 분위기에 대해 스스로 결단해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을 아꼈다.
두 대권 잠룡이 국민의힘 경선에 등판하지 않게 되면서 각 캠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의 지지율(한국갤럽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 대상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이 각각 1%, 2%로 높지 않지만 '중도 소구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다. 보수진영 일부 후보들이 이들의 지지율을 흡수,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오 시장의 대권 불출마 선언 직후 "오 시장의 '다시 성장이다'와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화두는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 향후 국정 운영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오 시장이 구상한 많은 정책과, 하시는 일들 많이 반영하겠다"고 했고, 한동훈 전 대표는 "오 시장께서 대선 핵심 어젠다로 당부하신 '다시 성장'과 '약자와의 동행'은 제가 출마 선언에서 말씀드린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 그리고 당 대표 시절부터 일관해 온 '격차해소'와 같다"고 호소했다.
한편 대표적인 '친윤(친윤석열)계'로 알려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조만간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대부분 친윤 후보들로 채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경선 예비후보 등록은 14~15일이다. 서류 심사를 거쳐 16일에 1차 경선 진출자를 발표하고, 21일과 22일 일반 국민 조사(국민 여론조사 100%)를 거쳐 22일 저녁 4인의 2차 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이투데이/김동효 기자 ( sorahos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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