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인프라·재정지원 병행된 산업 재편 절실
하늘에서 촬영한 울산석유화학공단의 일부. 울산시 제공 |
[파이낸셜뉴스]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중국발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둔화, 중동 지역의 설비 증설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하며 구조적 위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업계는 이번 침체가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닌 '구조적 불황'에 가깝다는 데 공감하며,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과 산업 재편을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中 공급 과잉에 중동 물량까지...석화산업 '이중 압박'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 4사(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한화솔루션)의 올해 1·4분기 합산 실적은 매출 21조9779억원, 영업손실 258억원으로 추정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3배 이상 확대됐다.
실제 지난해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의 평균 가동률은 70%대로, 지난 2021년(90%대) 대비 크게 하락했다. 수출 역시 지난 2021년 550억92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뒤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납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초유분·합성수지 등 다운스트림 제품 가격은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며 수익성 악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3~4월 평균 납사 가격은 배럴당 66.7달러로 지난 1~2월 대비 6달러 하락했지만, 수요 부진으로 인해 최종 제품 가격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중동 국가들의 설비 증설도 공급 과잉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올해부터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정유·석유화학 통합공장(COTC)을 가동하고 있으며, 오는 2028년까지 에틸렌 기준 글로벌 공급 과잉 규모는 약 610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만으론 역부족"…정부·기업 '투 트랙' 대응 시급
업계는 이번 침체가 과거처럼 '기다리면 회복되는' 단순한 사이클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비핵심 자산 매각과 재무구조 개선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는 "기업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수소·암모니아 배관망, 탄소포집·저장(CCS) 인프라 등 친환경 전환에 필요한 기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기반 인프라 없이 친환경 투자를 확대하라는 요구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현재 위기가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와 금융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탄소중립산업전환연구실 위원은 "현재 석유화학 산업은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부와 업계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만큼, 친환경 설비 투자 확대를 비롯해 보다 실질적인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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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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