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10년의 시간을 토트넘 홋스퍼에 바친 '캡틴' 손흥민이 팀에서 '종신 계약'을 맺을 수 있을까.
최근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의 입에서 직접 재계약 가능성이 언급되며 손흥민의 미래를 둘러싼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보도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1년 연장 옵션은 작년에 이미 발동됐고, 그 외에 특별한 논의는 없다. 지금은 그럴 시점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시즌이 끝나면 스쿼드 전반을 리뷰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게 될 것이다. 만약 내가 이 자리에 있다면 말이다. 그때 손흥민도 분명 논의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신중한 입장 표명에 가깝지만, 사실상 구단이 손흥민과의 장기 동행을 원하고 있으며 연말에 재계약 협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으로 해석될 만하다.
이미 2026년 여름까지 계약 기간이 연장된 손흥민은, 구단이 추가로 1~2년 계약을 제안할 경우 2028년까지 토트넘 유니폼을 입게 되며 토트넘 레전드로 남아 프리미어리그의 역사를 다시 쓰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올 시즌 손흥민의 퍼포먼스는 다소 기복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28경기 7골 10도움, 공식전 전체 기준으로는 43경기 11골 12도움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치다. 특히 필드골 침묵이 길어지며 최근 17경기 연속 필드골 무득점이라는 이례적인 기록까지 남겼다.
이로 인해 손흥민의 경기력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최근 보도를 통해 "손흥민은 예전처럼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속도와 날카로움도 다소 둔해졌다"며 "이제는 교체 대상이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팀 내에서 손흥민의 영향력은 경기력 이상으로 크다.
2023-2024시즌부터 주장 완장을 찬 그는 경기장 안팎에서 리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젊은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이에 대해 "손흥민은 선수단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리더십의 분산이 필요하다. 손흥민은 그 중심에 있다"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또한 이번 인터뷰를 통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득점 부진에 대해서도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포스테코그루 감독은 "손흥민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공격수에게 득점은 큰 부분이고, 그의 지난 10년 간 기록은 놀라웠다. 하지만 그는 이를 잘 분리해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최근 두 경기에서는 특히 팀을 위한 플레이를 우선했다. 그는 모든 골 상황의 시작점이었다. 만약 그가 오직 골에만 집착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팀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보여주는 리더십이 팀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하며, "그가 그렇게 계속해서 팀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결국 다시 골도 따라올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현재 토트넘 1군 선수단 중 30대는 단 3명이다. 손흥민을 비롯해, 벤 데이비스, 프레이저 포스터 뿐이다. 손흥민을 제외한 두 명은 모두 서브 자원일 뿐만 아니라, 현재 토트넘 스쿼드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20대 초중반, 혹은 10대 신예들로 구성되어 있어 손흥민의 존재는 단순한 경기력 그 이상으로 팀의 뼈대를 이루는 자산이라 평가받는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했다. 당시만 해도 아시아 선수라는 한계를 극복해야 했던 그는, 10년간 451경기에 출전해 173골 96도움을 기록하며 구단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27골을 넣어 통산 득점 랭킹에서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 니콜라 아넬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통산 도움 72개를 더해 총 공격 포인트 199개로 단 1개만 추가하면 EPL 역사상 200포인트 고지를 밟는 13번째 선수가 된다.
하지만 손흥민의 이런 엄청난 경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하락세를 두고 일부 현지 언론과 팬들은 손흥민과의 이별할 시점을 논하고 있다.
특히 이적설과 관련해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부터 미국 MLS와 사우디 프로리그 팀들과 연결된 바 있으며, 토트넘이 연장 계약에 소극적일 경우 이적료 회수를 위한 이적 추진 가능성도 거론된 바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인터뷰에서 지금은 시즌에 집중할 시기라며 구체적인 논의는 연말 이후로 미뤘지만, 동시에 손흥민은 분명 향후 논의의 일원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곧 손흥민의 거취가 단지 구단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의 경기력과 리더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손흥민이 올 시즌 후반부에서 반등에 성공하고, 여전히 경기장 안팎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유지한다면 토트넘과의 새로운 재계약은 물론, 커리어 마지막까지 토트넘에서 머무는 '종신'의 그림이 현실화될 수 있다.
토트넘이 또 하나 고려할 점은 손흥민의 마케팅 효과다.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 구단 중 하나인 토트넘이 이젠 굴지의 글로벌 구단으로 성장한 이유로 손흥민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말 '원풋볼'은 "손흥민은 해리 케인이라는 스타가 있을 때도 유니폼 판매량은 손흥민이 더 많았다. 또 핵심 스폰서 AIA를 대표하는 주요 인물이다. 아시아 시장 공략에 손흥민은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다"며 "따라서 아시아 시장에서 상업적인 매력을 고려하면 손흥민 없는 토트넘은 불안정하다. 그래서 아직도 손흥민을 지지하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10월엔 세계적인 경제지 포브스가 손흥민과 토트넘의 재계약 여부를 조명하면서 "토트넘은 손흥민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고 손흥민의 마케팅 가치를 단번에 파악했다. 포브스는 "토트넘이 세계에서 10위 네 인지도를 갖는 구단으로 성장한 이유에 손흥민 존재가 크다"고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