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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교과서 활용 교실 가보니…”친구·선생님과 소통 더 늘었어요” [지금 교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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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읽어볼까요. 아 유 새드?(Are you sad?)” 10일 대구 용계초의 4학년 교실에선 영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20명가량의 아이들은 전자칠판을 보면서 교사와 함께 문장을 읽었다. 평범했던 수업 풍경이 조금 달라진 건 10분쯤 뒤였다. 교사가 “대화 연습을 해보자”고 하자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책상에 놓인 태블릿PC 화면을 눌렀다. “각자 대화를 듣고 따라 말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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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용계초 3학년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수학 수업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저마다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영어 문장을 내뱉자 화면엔 아이의 발음을 평가한 점수가 떴다. “70점 이하면 다시 녹음하라”는 교사의 말에 한 학생은 능숙한 손길로 화면을 터치하고 한 번 더 녹음을 하기도 했다. 교사는 교실 이곳저곳을 다니며 아이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폈다.

올해 1학기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고 1학년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됐다. 디지털기기로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의 수준을 평가하고 수준별 문제를 제시하는 AI 기능이 있어 종이 교과서로만 진행되던 수업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 내년에는 모든 학교에 전면 도입되고, 올해에는 우선 원하는 학교만 사용한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3월 기준 전국 평균 AI 디지털교과서 도입률은 33% 수준이지만, 대구의 경우 거의 모든 학교에서 사용 중이다. 10일 찾은 대구 용계초와 덕화중에서 만난 교사와 학생들은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모습이었다. 이들은 AI 다지털교과서를 사용하면서 수업이 보다 활기차졌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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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계초 3학년 학생이 태블릿PC에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교사 “수업 이해도 판단 용이해져”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우려 중 하나는 ‘디지털 과몰입’이다. 각자 태블릿PC 등을 보며 수업을 할 경우 교사와의 상호작용이 줄고, 아이들이 디지털기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찾은 교실에서 수업의 중심은 태블릿PC가 아닌 교사였고, 오히려 교사와의 상호작용이 기존 수업보다 더 늘어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교사들은 기존처럼 칠판을 사용한 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수업을 보충하는 용도로 태블릿PC를 사용했다. 교사의 설명을 듣다가 잠깐 태블릿PC로 문제를 풀고 다시 교사의 설명에 집중하는 식이다.

교사들에게 AI 디지털교과서는 자신의 수업을 아이들이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수단이었다. 용계초 3학년 수학 시간, 세자릿수 덧셈에 대한 설명을 들은 아이들이 전자펜으로 태블릿PC에 문제를 풀자 아이들이 쓴 답과 풀이과정이 실시간으로 교사의 태블릿PC 화면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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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푼 수학 문제 풀이과정, 답이 전자칠판에 공유된 모습.


아이들이 쓴 풀이과정과 답을 본 이동엽 교사는 “다들 잘하고 있는데 받아올림 표시를 빠뜨린 친구들이 있다. 선생님이 다시 알려주겠다”며 개념 설명을 다시 시작했다. 학교 관계자는 “기존처럼 각자 종이 교과서에 문제를 풀었다면 아이들이 풀이과정에서 실수가 있더라도 지금처럼 즉각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 각자가 쓴 풀이과정과 답을 전자칠판에서 다 같이 확인할 수도 있었다. 기존 종이 교과서 위주 수업에선 문제를 안 풀고 슬쩍 넘어가는 학생도 있을 수 있지만, AI 디지털교과서 수업에선 모두가 참여해야 했다. 아이들은 다른 친구의 풀이과정을 보고 ‘좋아요’ 표시를 누르기도 했다.

덕화중 임선하 교사(수학)도 AI 디지털교과서를 쓰면서 평가, 분석이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임 교사는 “아이들이 문제를 풀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바로 체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며 “애들이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넘겨짚는 게 아니라 데이터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 교과서에 풀 땐 답이 맞아도 풀이과정이 틀리는 경우도 있지만, AI 디지털교과서는 풀이과정이 틀린 것도 볼 수 있고 실수로 틀린 학생과 개념이 부족해 틀린 학생 구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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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이 용계초 4학년 교실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이용한 영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기존에는 발표를 시킨 몇몇 아이들만 문제 푼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모두의 정답률을 실시간으로 알기 어려웠는데 수업을 얼마나 따라오고 있는지를 바로 알 수 있다는 것이 AI 디지털교과서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학생들끼리의 소통도 늘어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들 간의 소통도 늘렸다. 각자의 작업물, 모둠활동 결과물 등도 태블릿PC로 바로 공유하고, 반응도 남길 수 있어서다. 이날 덕화중 1학년 영어 수업에선 각자 캐릭터를 만든 뒤 모든 학생이 다른 아이들의 캐릭터를 보며 인기투표를 하는 시간도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기존 수업에선 모든 아이들의 결과물을 보려면 각자 종이에 쓴 결과물을 다 같이 돌려봐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쉽지 않다”며 “AI 디지털교과서는 서로의 학습 결과물을 공유하기 쉽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그날의 기분을 이모티콘 등으로 표현할 수도 있어 정서적인 교감도 더 늘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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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 정제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용계초 영어 수업에선 장애가 있는 학생도 함께했다. 이 학생은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을 오가는 학생으로, 작년에 일반학급 수업에선 영어를 발표하고 평가받는 기회를 갖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날 수업에선 이 학생도 AI 디지털교과서를 이용해 문장을 따라 읽고 평가를 받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의 수업을 지켜보고 “잘했네”라며 격려를 하기도 했다.

◆”수업에 흥미 늘어…학부모도 만족”

학생들은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면서 수업이 좀 더 재밌어졌다고 말했다. 용계초 3학년 이가원양은 “책으로만 공부하면 지겨워질 때가 있는데 태블릿PC로 하면 지겹지 않다”며 “친구, 선생님과 함께해서 더 재밌다”고 말했다.

3학년 담임 이동엽 교사는 “종이 교과서보다 재밌어하고 다양한 평가, 활동이 가능하다”며 “올해 처음 활용하다 보니 아이들이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수준에 맞는 다양한 문제들이 제공돼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용계초 4학년 임성호군은 “수학 문제를 틀리면 비슷한 문제를 내줘서 그 문제를 다시 틀리지 않게 기초를 쌓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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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화중 1학년 교실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학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덕화중 1학년 박지우양은 “종이 교과서 문제는 문제에 한계가 있는데 AI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서에 없는 다양한 문제를 풀 수 있어서 좋다”며 “문제 유형이 다양해서 학원을 안 다녀도 AI 디지털교과서만으로 예습을 하거나 복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도 많이 줄었다. 용계초 김국현 교사는 “학기 초 학부모들에게 AI 디지털교과서 관련 설문조사를 했을 때 걱정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3주 정도 사용 뒤 설명회를 했을때는 만족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덕화중 임선하 교사도 “학부모들이 사교육 업체의 디지털 학습기기와 비슷해서 시중에 있는 프로그램을 안 사도 될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디지털원패스 가입 등 일부 혼란

다만 도입 초기인 만큼 현장의 혼란은 일부 있었다.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려면 각자 디지털 원패스(온라인 로그인 시스템)에 가입하고 아이디, 비밀번호를 외워 사용해야 하는데,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지금도 종종 아이디, 비밀번호를 깜빡하는 아이들이 있어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끔 기기가 느려지는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

임선하 교사는 “아이들이 가입을 해야 하고, 기능 숙달도 되어야 해서 초반엔 교사 업무가 많고 바빴다. 애들하고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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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화중 1학년 학생들이 AI 디지털교과서로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


교육 당국은 가입 문제도 최대한 간소하게 할 수 있도록 바꾸는 등 교실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더욱 쉽게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용계초 수업을 참관한 이 부총리는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채택한 학교들은 큰 문제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가 끝났다. 지금부터는 수업에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AI 디지털교과서는 단순히 교과서를 디지털화한 게 아니고 수업을 전환하는 도구고, 그것을 활용해 교사들이 새로운 수업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며 “많은 학교를 방문해 문제를 들어보고, 좋은 수업 사례들은 교육부 차원에서 확산을 시키겠다”고 말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도 “학기 초에는 디지털원패스 가입 등에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안정화됐다”며 “AI 디지털교과서가 아이들에게 더 나은 학습을 제공하고, 선생님들에게도 더 좋은 교육적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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