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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기름덩어리가 SAF로…SK에너지, 108조 시장 선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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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방문한 대전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행정동. SAF(지속가능항공유) 생산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플라스크들이 전시돼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10일 방문한 대전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행정동. SAF(지속가능항공유) 생산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플라스크들이 전시돼 있었다. 맨왼쪽의 플라스크에는 주황색으로 굳어버린 기름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연구원들에 따르면 플라스크에서는 폐식용유의 원래 쓰임을 알 수 있는 음식 냄새가 난다. 폐식용유는 정제 과정을 거치면서 색과 냄새를 잃고 투명한 SAF로 거듭난다.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80%까지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다. 항공기는 전동화 혹은 수소 엔진 적용이 어려워 기존 항공유에 저탄소 항공유를 섞는 게 사실상 유일한 탄소 감축 방안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전세계 SAF 시장은 지난해 약 17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서 2034년 약 746억달러(약 108조96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SK에너지는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SAF 전용 생산라인을 갖췄다. 150억원을 투자해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이하 울산CLX) 내에 폐식용유(UCO) 탱크, 폐식용유 이송 배관, 그리고 생산된 SAF 제품을 출하 부두로 이송시키는 배관을 설치했다. 원료 투입부터 제품 출하에 이르는 SAF 전용 시설을 구축했다는 의미다.

전용 생산라인 구축 이전에는 폐식용유를 공정에 투입하기까지 세 번 옮겨 담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먼저 해외에서 탱크로리에 적재된 상태로 구매한 폐식용유를 선박용 컨테이너에 옮겨 담는다. 국내 항구로 들여온 후에는 선적에서 하역한 컨테이너를 해체해 안에 있던 폐식용유를 부두 인근에 위치한 대형 탱크에 붓는다. 이후 다시 여러 대의 탱크로리에 분할해 SAF 생산 시설까지 저장·운송한다. 하지만 SK에너지는 유조선에서 SAF 생산 공정까지 이어지는 배관을 구축,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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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울산CLX) 내 SAF 코프로세싱 설비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코프로세싱'(Co-processing) 방식을 통해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춘 것 또한 SK에너지의 강점이다. 코프로세싱은 기존 석유제품 생산 공정 라인에 별도의 바이오 원료 공급 배관을 연결해 석유제품과 SAF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게 하는 '일괄 생산' 공정을 말한다. 원유와 바이오 원료를 동시에 투입하기 때문에 항공유에 SAF를 섞는 별도의 혼합 과정이 필요 없다.

연구원들은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먼저 현재 폐식용유 SAF로 변환하는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다. 정호승 SK이노베이션 지속가능Fuel기술팀장은 "질이 떨어지는 원료(폐식용유)를 투입하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폐식용유 수요가 늘면 현재보다 품질이 안 좋은 폐식용유로도 양질의 SAF를 만들 수 있게 연구중"이라고 했다. 또 각국의 SAF 의무화 규제 강화에 따라 늘어날 수요에 대비해 폐식용유 외 다른 원료를 사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연구진은 SAF 확대를 위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미국은 SAF 생산자에게 갤런당 1.25달러에서 1.75달러까지 보조금을 지급한다. 일본의 경우 개별 정유사에 연구개발 비용을 지원한다. 또 SAF 시설에 투자하거나 SAF를 판매하면 법인세액을 최대 40%까지 공제한다. 한국은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를 1% 내외로 혼합해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지만 구체적 지원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 혼자만의 투자로 수조원 단위의 공장을 짓고 전세계 시장에 대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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