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셜미디어 더우인에 올라온 '미국 불매' 운동 영상. 왼쪽부터 중국 브랜드인 타스팅 햄버거, 화웨이 스마트폰, 루이싱 커피를 홍보하고 있다./더우인 |
미·중 무역전쟁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의 대형 항공사인 지샹항공은 미국 보잉에 주문했던 항공기의 인수를 무기한 연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샹항공이 1억2000만 달러(약 1700억 원)짜리 보잉 787-9 드림라이너 한 대를 3주 내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이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전했다. 중국 재정부는 전날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부과한) 고율 관세로 인해 미국산(産) 상품이 향후 중국 시장에서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중국에 부과한 누적 추가 관세율은 145%이고, 중국의 대(對)미국 보복 관세는 125%에 달한다.
미·중 관세 전쟁 속에 중국에서는 기업과 소비자를 중심으로 ‘미국 불매’ 운동이 번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지난 9~10일 공개적으로 미국 여행, 유학 자제령을 내리고 할리우드 영화 수입 축소 방침을 발표한 상황에서 민간 차원의 반미(反美) 움직임도 본격화 된 것이다. 베이징의 중국계 싱크탱크 관계자는 “양국이 이미 초(超)고율 관세 조치를 주고 받은 상황에서 중국은 향후 미국과의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도 보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내수 확대와 미국 제품 불매 운동을 장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일 중국 상하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유리창에 미국 손님에 대해서는 200%의 중개비를 받겠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웨이보 |
중국 산시성의 한 보석 판매점에서 '미국 국적 손님에게는 104%의 서비스 비용을 추가로 받겠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있다./샤오훙수 |
중국의 일부 가게 앞에는 미국인 손님을 배척하는 안내문이 붙었다. 우한의 한 식당은 “오늘부터 미국인 손님에게 봉사료를 104% 더 받는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중국의 당구장과 술집, 보석 판매점 앞에 반미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나 포스터가 붙은 사진이 올라왔다. 중국 남방 지역의 한 신발 제조업자는 더우인에 올린 영상에서 “앞으로 미국 사업 파트너들과 거래하지 않겠다”면서 “사업에서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애국”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중국 수출 기업들이 타격을 받자 징둥, 핀둬둬(테무) 등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들과 전국 유통망을 갖춘 대형마트들은 수출용 제품의 내수 판매 지원책을 속속 내놓았다. 12일 중국 국영 CCTV에 따르면, 징둥은 향후 1년 동안 2000억 위안(약 39조원)을 들여 수출 기업들의 상품을 대규모 매입하겠다고 약속했고, 알리바바 계열 신선식품 플랫폼 허마셴성은 ‘24시간 초고속 입점’ 창구를 개설해 수출길이 막힌 기업들의 판로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핀둬둬는 향후 3년 동안 중소기업에게 ‘1000억 위안(약 19조6000억원)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700곳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대형마트 체인 융후이는 재고 부담이 큰 수출 기업의 상품을 15일 내 매대에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이미 코스트코, 샘스클럽 등 미국 대형 유통망에 납품하던 70여 곳의 중국 공급사와 구매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기계·섬유·경공업·의약·화학·농축산품 등 5대 수출 품목 관련 업계는 공동으로 ‘내수 확장’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미국 불매 운동이 내수 확대에 도움이 되기에 이를 장려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관세 조치가 본격화되자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GDP(국내총생산)가 최대 2.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등 통화정책 완화와 국채 발행 확대 등 수단을 통해 내수 진작에 힘쓰겠다는 계획이지만, 글로벌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는 중국이 최소 1조 달러(약 1430조원)의 추가 부양책을 내놓아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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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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