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쓸모' 표지 |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글을 아는 사람은 자기 삶의 저자다. 문학과 독서, 둘의 응집체인 문학적 소양은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에게 늘 보상을 안겨준다. 그것은 이득을 늦게 보는, 하지만 아주 큰 이득을 보게 해주는 투자다."
프랑스 한림원인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자 작가인 앙투안 콩파뇽의 신간 '문학의 쓸모'(뮤진트리)는 인공지능(AI)이 글을 쓰는 디지털 시대에 문학이 왜 여전히 필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 책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비생산적이라는 오명 속에서 문학은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회의와 냉소를 정면으로 받아내며 문학의 쓸모를 역설한다.
'문학이 사회적·문화적 자산이자, 궁극적으로는 경제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확인된다. 정치인의 연설,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 의사의 병력 청취에서도 문학은 작동한다. 저자는 특히 의학계에서 주목받는 '서사 의학'(Narrative Medicine)을 예로 들면서 문학이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도 현대사회에서 문학이 도외시 되는 이유는 결국 '시간' 탓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독서와 글쓰기는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활동이다. 그래서 빠름과 효율이 강조되는 현대에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저자는 "독서는 대체 불가능한 투자"라고 말한다. '느림'이 문학의 본질이며, 바로 그 점이 문학을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느리게 읽고 깊이 사유하는 능력은 AI 시대에도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역량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현대 교육 시스템에서 문학이 주변부로 밀려난 현실을 강하게 비판한다. 실용적 기술이 중시되면서 문학이 선택 과목으로 취급받는 교육 현실에서, 그는 문학이야말로 모든 교과의 기반이자 필수 소양이라고 강조한다. AI가 쓰는 문장이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문학적 사유의 힘이야말로 인류가 절대로 놓쳐선 안 될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김병욱 옮김. 240쪽.
hyu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