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1일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11. kgb@newsis.com |
[서울=뉴시스] 고홍주 권신혁 기자 =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진행 중인 고령자 계속고용 문제를 조기 대선 전에 정리하고 넘겨줘야 한다"며 "노동계는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지난 11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 유일한 참여자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에 반발하며 대화 참여 잠정 중단을 선언, 5개월 넘게 대화가 멈춰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10일 "향후 회의에 참석해 기존 논의된 상황을 마무리하고, 새 정부 출범까지 새로운 논의는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같은 날 뉴시스에 "조기 대선 정국이 시작된 상황에서 지금 정부를 정상적인 정부로 보기 어렵지 않느냐"며 "논의의 실효성도 없을 뿐 아니라 정당성도 문제될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대화 종료' 선언이다. 한국노총의 복귀만을 기다리던 경사노위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국노총 결정을) 기사를 보고 알았습니다. 8일에 노사정이 모여서 한 차례 사회적 대화 재개에 관한 논의를 했고, 17일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었어요. 사실은 그 사이에 나온 일방적인 발표예요. 여러모로 의아한 점이 많습니다. '새로운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말 그대로 현재까지 해왔던 계속고용 논의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인지도 궁금하고요. 사회적 대화 참여 주체로서 좀 더 책임감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권 위원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농후해졌고, 지금 전체적으로 노동시장 지표가 안 좋은데 특히 청년들은 더 상황이 좋지 않다"며 "노사정이 어떤 방식으로든지 테이블에 앉아서 대화를 해야 할 명분이 커졌다"고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계속고용 논의, 대선 전 마무리해야…국회와 '투 트랙' 대화는 낭비"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린 시간은 7년이다.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속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퇴 없이 일하는 노년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세~79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0.6%였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법정 정년은 60세. 노사정은 지난해 6월부터 경사노위 인구구조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계속고용위)에서 고령자 고용에 대해 논의 중이지만 노사 간 이견이 커 좀처럼 속도는 나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영계는 일괄 연장 대신 정년 후 재고용 등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양쪽 주장 모두 약점이 있고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받기는 어렵다"며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은 조화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초 경사노위는 이 문제를 이달까지는 어느 정도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상계엄으로 인해 참여를 중단했던 한국노총이 3월 중으로 복귀하면 논의를 이어가 4월 내 결론을 내겠다는 계획이었다. 만일 한국노총이 참여하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논의한 내용을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냈다.
권 위원장은 "공익위원안이 100% 나온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한국노총이 복귀하지 않으면 공익위원의 중재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계속고용위가 6월 26일까지이고, 대선 후에도 계속고용위가 논의를 계속 끌고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선 전에 경사노위에서 논의는 마무리 져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있다. 마무리를 짓고 넘어가는 것이 경사노위 책무이자, 그 다음 논의를 하기 위한 발판이 된다"고 강조했다.
"공익위원들은 노사 의견을 다 들어봤고, 통계도 본 전문가들이잖아요. 그 다음은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의 몫이지만, 우리가 다음 결정을 위한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다면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나요. 그래도 1년 가까이 논의도 했고, 공개 토론회도 했으니까요. 그게 합리적인 정책 마련의 발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1일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11. kgb@newsis.com |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해 국회 차원의 사회적 대화 기구 출범을 위한 논의를 띄웠고, 더불어민주당은 정년연장TF를 발족했다. 여기에는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민주노총도 참여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일시적인 논의로 본다. 새 정부가 들어오면 정리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법적, 제도적으로 공식화된 사회적 대화기구는 경사노위 밖에 없다"며 "논의 주제도 같을 거고 참여자들도 같을 거기 때문에 '투 트랙'으로 운영하는 것은 굉장한 사회적 낭비"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사노위의 성과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경사노위가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이런저런 부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실제로 운영됐던 1년 남짓 기간에는 나름대로 노력을 했고, 공무원·교원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제)를 이뤄냈고 고령자 계속고용 논의도 상당 부분 진행됐고요. 경사노위는 26년간 운영됐습니다. 26년을 놓고 보면 굵직굵직한 성과들이 있었죠."
"경사노위, 독립성과 참여 주체 늘려야…숙의 없는 노동정책 안돼"
권 위원장의 말대로, 윤석열 정부에서 경사노위가 실질적으로 운영된 기간은 10개월 정도다.
노동계 유일한 파트너인 한국노총이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고, 2023년 6월 금속노련 강경 진압 사태로 탈퇴 위기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한국노총이 가까스로 대통령실의 복귀 요청에 응해 이듬해 2월 비로소 노사정 대표자들이 사회적 대화에서 다룰 3개의 의제를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로 또다시 대화는 멈췄다.
권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가 성숙하려면 서로가 진정성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나 대통령의 철학과 관계없이 경사노위가 좀 더 독립적인 상황에서 운영이 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사회적 대화' 이기 때문에 참여자가 노사정 외에도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한국노총 외에도 시민단체, 청년 대표, 개별 기업 대표자 등 현재 참여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도 참여하는 등 논의의 저변을 넓혀야 정치적 영향을 좀 덜 받고 대화 자체에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와 함께 "경사노위 결정이나 의견에 대해 입법 과정에서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권 위원장은 1993년 공직에 입문한 뒤 30여년간 고용노동정책을 담당한 전문가다. 그가 새 정부에 조언하고 싶은 점은 뭘까.
"노동이슈는 갈등과 쟁점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불쑥 논의해서 숙의 없이 곧바로 법제화하는 것은 지양했으면 해요. 노동조합법 2·3조 같이 갈등이 많은 요소는 경사노위에서 숙의를 거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고요. 헌법재판소에서 관용과 자제, 대화와 타협의 화두를 던졌는데, 사회적 대화에서도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경사노위는 새 정부가 들어와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여러 의제 개발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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