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이 고객사 확보, 생산 거점 확대, 전문 인력 모집 등 전방위적으로 HBM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HBM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론 건물 로고 |
13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엔비디아로부터 HBM3E(5세대) 12단 제품의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 울트라(GB300)'에 탑재할 제품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HBM3E 12단은 엔비디아의 GB300에 맞춰 설계됐다"며 "우리는 HBM에 대한 고객 인증에서 좋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미 엔비디아에 HBM3E 12단 퀄 인증을 마쳤으며 실제 공급을 위한 '대량 양산' 단계까지 접어들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로써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에 이어 현재 시장 주류 제품인 HBM3E 12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한 두 번째 업체가 됐다.
현재 마이크론은 HBM 시장 점유율에서 '꼴찌'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 삼성전자가 42.4%, 마이크론이 5.1%였다.
하지만 그간 SK하이닉스가 독점해왔던 엔비디아 HBM3E 12단 공급망에 진입함에 따라 마이크론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해당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
마이크론 'HBM3E' 제품 |
이미 HBM을 포함한 전체 D램 점유율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HBM 호황에 힘입어 삼성전자(34%)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36%)를 차지했다. 마이크론은 25%를 기록했다.
특히 마이크론과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D램 점유율 격차는 16.9%포인트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9%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이 역시 마이크론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업체들에 HBM3E 8단을 공급하는 등 HBM 영향력을 키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를 따돌리는 동시에 SK하이닉스의 1등 지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이크론은 실적발표에서 올해 HBM 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며 캐파(생산능력) 확대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현재 대만 타이중 공장에서 HBM을 생산 중인 마이크론은 지난해 8월 인수한 대만 디스플레이 기업 AUO의 공장 2곳을 HBM 생산을 위한 D램 기지로 리모델링을 마친 뒤 올해 가동에 나설 계획이다.
또 올해 초에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싱가포르에 10조원을 투자해 HBM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아이다호주와 뉴욕에도 공장을 증설 중이다.
아울러 일본 히로시마에 짓고 있는 HBM 등 D램 생산공장도 당초 목표했던 2027년 가동 계획을 1년가량 앞당겼으며, 첨단 제품 생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장비도 6월 도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 미국 뉴욕주 공장 부지 |
캐파 확대 외에도 제조 장비, 인재 수급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마이크론은 HBM 제조 공정의 필수 장비인 'TC본더'를 대부분 한미반도체로부터 수입, 사용하고 있는데 올해(4월 초 기준) 확보한 TC본더 물량은 작년 한 해 사들인 물량(약 30∼40대)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글로벌 생산 거점에서 근무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소속의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 모시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이 낮았던 것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캐파 때문일 수 있다"며 "증설이나 시설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이르면 올해부터 HBM 점유율에 큰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응해 업계 1위인 SK하이닉스 또한 캐파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HBM 생산거점으로 M15X 팹(공장)을 짓고 있으며 관련 인력 보강에도 나섰다. 조만간 M15X에 EUV 장비도 반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burn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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