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박지영·김도윤 기자] “대통령님이 들으실 수 있도록 더 큰 목소리를 내주십시오.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어게인! 우리가! 지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일주일 만인 11일 오후 5시,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해 서울 서초동 사저로 이동했다. 2022년 11월 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 입주한 이후 886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의 마지막을 보기 위한 지지자들로 한남동과 서초동은 북적였다. 오후 3시부터 관저 인근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1500명이 넘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도로 방향으로 도열해 태극기·성조기, ‘윤 어게인’ 피켓을 흔들었다. 관저 반대편 한남대교 방향에서도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른바 ‘인간 띠’를 만들며 환송식을 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윤 전 대통령이 탄 경호 차는 오후 5시 8분께 관저 밖으로 나왔다. ‘노타이’ 정장 차림의 윤 전 대통령은 검은색 카니발에서 내려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윤석열! 윤석열!’이라며 이름을 연호했고 휴지를 꺼내서 눈물을 닦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기 전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윤 전 대통령은 대학 점퍼를 입고 미리 기다리던 남녀 대학생 10여명에게 다가가 포옹하거나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지지자가 건넨 것으로 보이는 ‘Make Korea Great Again(다시 한국을 위대하게)’이라는 문구가 적힌 빨간색 모자를 쓰고 지지자들과 악수하기도 했다. 약 6분 간 지지자들과 인사한 뒤 오후 5시 14분께 별다른 발언 없이 한남동을 떠났다. 옆자리에 앉은 김건희 여사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은 오후 5시 33분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정문에 도착했다. 정문과 건너편 인도까지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윤카 사랑합니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윤 어게인’ 등 구호를 외쳤다. 윤 전 대통령이 탄 차가 아크로비스타 입구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의 환호성과 연호 소리로 일대가 가득 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윤 전 대통령과 한남동 관저를 떠나 사저가 있는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도착해 환영을 받고 있다. [연합] |
아크로비스타 주민들은 윤 전 대통령이 사는 동 앞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 내외와 인사를 하는 등 반겼다.
11일 오후 5시께 서울 한남동 관저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약 1500여명 가량의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김도윤 기자. |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한남동 관저를 찾은 최정숙(64) 씨는 “대통령이 본의 아니게 탄핵이 돼 너무 마음이 아파서 마지막으로 떠나시는 모습은 봐야겠다 싶어서 보러왔다. 너무 안쓰럽고 꼭 안아주고 싶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온 김주희(48) 씨는 “사저로 가게 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영원한 대통령”이라며 “대통령께 포기하지 마라고, 같이 싸워달라고 말하고 싶다. 국가를 위해서 스스로 희생하신 분이니 3년 후에 대통령으로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11일 오후 5시 30분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서초동 사저 앞에 모여있다. 박지영 기자. |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대리인단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며 “국민 여러분과 제가 함께 꿈꾸었던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11일 오후 5시 30분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수백명이 서울 서초동 사저 앞에 모여있다. 박지영 기자. |
한편, 아크로비스타 인근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규탄 집회도 열렸다. 이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사형하라’, ‘김건희 구속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를 지켜보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저런 말을 어떻게 듣고만 있을 수 있냐”며 “찢재명 구속” 등으로 맞받아치며 순식간에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상황도 여러 번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은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가득 찬 인도를 바라보면서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찡그리며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