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엘리트'서 '트로트 대세' 된 최수호... 도전은 '끝까지 간다' [HI★인터뷰]

최수호는 지난 5일 첫 번째 미니 앨범 '원(ONE)'을 발매했다. 포고엔터테인먼트 제공

"제 목표요? 그냥 '진짜 노래 잘 한다'라는 말을 듣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가수 최수호는 '도전의 아이콘'이다. 어린 시절 '국악' 외길을 걸으며 스스로의 한계를 깨는 도전을 이어왔던 그는 한 번도 어렵다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 세 번이나 도전하며 매번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번째 앨범에서도 최수호의 도전 정신은 어김없이 빛났다. 그가 '트로트 가수'라는 수식어에 자신을 가두는 대신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앨범으로 팬들 앞에 선 이유다.

최수호는 지난 5일 첫 번째 미니 앨범 '원(ONE)'을 발매했다. '원'은 최수호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발매하는 앨범으로, 트로트부터 댄스·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통해 최수호의 다채로운 매력을 조명했다.

앨범 발매에 앞서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최수호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매하는 첫 앨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활동 2년 차에 처음으로 앨범을 내게 됐다고 말문을 연 그는 "경연을 거듭하다 보니 (앨범을) 조금 늦게 내게 됐다"라며 "제 곡이 생기는 거니 설렘도 컸고, 앨범에 대한 욕심도 커서 작업을 할 때 희열을 느꼈다. '드디어' 싶은 마음이었다. 처음 만들다 보니 실수도 많았지만 재미있게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한 것 같다"라는 소감을 전다.

타이틀 곡 '끝까지 간다'는 그간 다수의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모습과는 또 다른 최수호의 매력을 담았다. 인트로에서 펼쳐지는 최수호의 국악 구음이 독창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곡은 스페인의 정열적인 플라밍고 기타 사운드와 중독성 강한 비투 위로 최수호의 에너제틱한 보컬이 더해져 귀를 사로잡는다.

최수호에게 '끝까지 간다'는 '새 도전'이었다. 그는 "국내에서는 이런 노래가 생소하기도 하고, 잘 들어보지 못한 장르의 곡 같았다. 저 역시 처음에 곡을 받았을 때 바로 느낌이 온 것은 아니었다. 생소한 리듬의 라틴풍 노래를 내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있었는데, 그간 경연을 거듭하며 체득한 도전 정신으로 이 곡에 도전했다"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간다는 느낌이 마치 '현역가왕' 출연 당시의 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계속 곡을 부르다 보니 애정이 커졌다. 처음 들으시는 분들께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듣다 보면 좋아해주시지 않을까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플라밍고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세미 트로트, 댄스 장르인 '끝까지 간다'를 비롯해 발라드,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담겼다. 앞서 다양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 도전하며 '트로트 샛별'로 입지를 다진 가운데 트로트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곡들까지 앨범에 담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해 최수호는 "트로트 가수라는 인식을 지우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댄스곡인 '끝까지 간다'를 타이틀 곡으로 택한 이유는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팬분들께서 저를 아기 같고 귀엽게 봐주시는데, 그 이미지를 벗고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저도 이제 24살이지 않나. 개인적으로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발라드 장르의 곡을 수록한 이유에 대해서는 "국악을 접하기 전부터 발라드 장르를 너무 좋아했고 욕심도 있었기 때문에 1년 전 쯤에도 '앨범이 나오면 발라드 장르를 하고 싶다'라고 말씀드린 적 있었다"라고 말한 뒤 "이번 앨범을 통해 '최수호가 트로트 뿐만 아니라 이런 댄스, 발라드 장르도 잘하는구나'라는 것을 느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트로트 경연, 세 번이나 참가한 이유는..."

최수호를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력은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다. 2020년 '트롯 전국체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그는 2023년 종영한 '미스터트롯2'에서 최종 5위에 오르며 트로트 신예로 인기를 쌓았다. 지난 2월 최종 6위를 기록하며 막을 내린 '현역가왕2'는 그가 또 한 번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한 번의 경연 프로그램 출연도 체력적, 심리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려 세 개의 경연에 참여하며 기량을 입증한 최수호는 잇따른 경연 도전의 원동력으로 '실력 향상'을 꼽았다. 그는 "경연을 한 번 하고 오면 정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탈탈 털리는 느낌"이라면서도 "그만큼의 실력 향상이 되는 것이 느껴진다. 실력에 있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무대 위에서의 매너나 포즈, 제스처 등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실력 향상이 될 수 있는 것이 경연이라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도 세 번의 경연 도전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미스터트롯2'가 자신의 마지막 경연이 될 줄 알았다고 말한 최수호는 "급격하게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스스로 자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심을 찾고자 '현역가왕2'에 한 번 더 도전했다. 실력적으로도 아직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역가왕2'가 또 한 번의 성장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계단식 성장을 일궈왔지만 사실 그가 '국악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재원이었다는 점도 최수호만의 이색 이력이다. 그는 국립국악중학교,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를 거쳐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국악과를 휴학 중이다.

그야말로 '국악 외길'을 걸어오던 그가 트로트의 길을 걷게된 데에는 부모님의 권유가 있었다. '트롯 전국체전' 당시 부모님의 제안으로 트로트에 도전했던 최수호는 자연스럽게 트로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는 "판소리로 상을 타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보다 '미스터트롯2'에 나가고 나서 집에 돌아왔을 때 부모님 반응이 훨씬 좋았다. 그 모습을 보고 '아, 이걸(트로트) 해야겠구나' 싶었다"라며 "트로트는 하면 할수록 매력이 큰 장르인 것 같다. 어렵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제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금도 시간을 내서 판소리 수업도 받고 있고, 앞으로도 판소리를 그만두지 않을 생각인 만큼 트로트 전향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라고 전했다.

판소리를 했던 경험이 트로트 도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는 "발성이 다르다 보니 그 부분에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판소리와 트로트 모두 깊이가 있는 장르라는 점에서 비슷한 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비교적 감정 표현이 수월했고, 기교도 비슷한 지점이 많아서 좋은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상남자로 거듭나고파" 외친 최수호, 앞으로의 목표를 말하다

첫 앨범을 시작으로 보다 활발한 활동을 예고한 최수호는 인터뷰 말미 "이번 앨범을 통해 밀크남이 아닌 '상남자'로 거듭나고 싶다"는 바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이미지가 굳어져서 시간이 지나도 귀엽게만 느끼시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많은 분들이 저의 새로운 모습을 봐주셨으면 한다"라며 "나중에 군대도 꼭 해병대를 갈 거다. 벌써 해병대 군가도 다 외워둔 상태"라며 열의를 불태워 웃음을 자아냈다.

활동 2년 차, 앞으로 성장을 거듭할 '새싹' 최수호의 또 다른 목표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콘서트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제 이름을 걸고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는 게 꿈이에요. 3천 석 정도의 규모의 공연장에서 팬분들과 함께 콘서트를 할 수 있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어요. 또 앞으로의 활동을 통해 '노래 진짜 잘 한다'라는 말도 듣고 싶어요. 그 때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