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들, 카메라만 꺼내면 달라져"…평양 간 영국인의 경험담

평양 외곽 신도시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Harry Jaggard 갈무리

6년 만에 열린 '평양 국제마라톤대회' 참여를 위해 평양을 찾은 한 영국 유튜버 영상이 주목받고 있다.

약 23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영국인 유튜버 해리 재거드는 지난 9일 평양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국 아마추어마라톤협회 소속으로 대회에 참가한 재거드는 "평생 마라톤을 뛰어 본 적 없다"며 오로지 평양에 들어가기 위해 대회에 출전했다고 했다.

그는 북한 관광가이드로부터 평양에서 지켜야 할 4가지 원칙을 안내받았다고 한다. 이는 △가이드를 떠나지 않을 것 △가이드 허락 없이 촬영하지 않을 것 △김정은(최고존엄)을 무시하는 언사를 하지 않을 것 △종교적인 물건을 퍼뜨리지 않을 것 등 이었다.

그런데 재거드는 이러한 규칙에 크게 위축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관광 중이던 그는 자신의 팀을 담당 북한 가이드에게 "김정은(노동당 총비서)에게 딸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가이드는 곧바로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재거드는 "그녀가 다음 리더가 될 것 같은가"라고 다시 물었고 가이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잘 모르겠다"(I'm not sure)고 말을 흐렸다.

재거드는 북한이 코로나19 기간에 새로 건설한 평양 외곽 '신도시'도 관광 코스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새로 생긴 대동강맥주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림흥거리를 산책하면서 그는 "거리에 음악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있지만 정작 아파트에는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사람들은 나에게 친절하고 상냥했다"며 "카메라 밖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카메라를 꺼내면 대화가 얼어붙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달 5년여 만에 서방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관광을 재개했지만 3주 만에 다시 중단된 상태다. 평양 국제마라톤대회를 계기로 한 관광은 '일시적 이벤트'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오는 6월 강원도 갈마해안관광지구 개장과 함께 다시 관광사업을 재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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