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비디아 中 수출 규제 풀어…韓 메모리 한숨 돌렸다 : zum 뉴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식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4.10.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수출 규제 계획을 철회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약속하면서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길이 다시 열린 것으로 보인다.

국내 메모리 기업들도 저사양 칩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판로가 막힐 뻔 했지만 미국의 규제 철회로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개인 별장에서 열린 만찬에 직후 엔비디아의 AI 칩 'H20'의 중국 수출 규제 방침을 보류했다. 해당 만찬에는 젠슨 황 CEO가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새로운 대중 수출 규제는 시행 준비 단계였지만, 엔비디아가 미국에 AI 데이터센터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규제가 철회됐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능을 대폭 낮춘 AI 칩이다. 중국의 딥시크가 H20을 활용해 AI 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정부는 H20 등 저사양 칩까지 수출 규제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당초 미국 정부는 이번 주 중 새로운 수출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 길을 터주면서 국내 메모리 기업들도 HBM 판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20에는 4세대 HBM인 'HBM3'가 쓰이는데 최신 제품인 5세대 'HBM3E'보다는 성능과 수익성이 다소 떨어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엔비디아에 HBM3 제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 칩인 만큼 수익성은 비교적 떨어지지만, 중국 기업들이 딥시크 열풍에 힘입어 최근 H20을 대거 구입하고 나서면서 적지 않은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앞서 중국의 빅테크인 텐센트는 엔비디아에 저사양 AI 칩인 'H20'을 대량 주문했다. 주문 금액은 수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들은 엔비디아의 H20 칩 주문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5세대 HBM인 'HBM3E'의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검증)를 아직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 저사양 AI 칩 공급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가 준비 중인 차세대 중국 수출용 AI 칩 'B20' 또한 미국의 수출 규제를 피할 지 주목된다. 이 칩에는 5세대 HBM인 'HBM3E'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국내 메모리 기업들 또한 수혜 폭이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AI 기술력 발전으로 올해 HBM 수요도 대폭 커질 수 있다"며 "국내 메모리 기업들도 적지 않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