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기 1·2·3루타 작렬… “이정후 타격왕 가능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오른쪽)가 10일 신시내티 레즈와 홈 경기에서 10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동료 마이크 여스트렘스키를 축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의 올 시즌 기세가 심상치 않다. 10일 신시내티 레즈와 벌인 홈경기에서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첫 3루타를 때려냈고 1경기 3안타를 몰아쳤다. 안타·2루타·3루타가 동시에 나왔다.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1삼진. 마지막 다섯 번째 타구는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성이었지만 상대 좌익수 호수비에 잡혔다. 자이언츠는 연장 10회말 마이크 여스트렘스키가 끝내기 2점 홈런을 터뜨려 8대6 극적 역전승을 만들었다. 시즌 9승 3패. 샌디에이고 파드리스(10승 3패)에 이어 지구 2위다. 3위는 LA 다저스(10승 4패).​ 모두 같은 NL 서부 지구로, MLB 전체 순위 1, 2, 4위다. 3위는 NL 동부 필라델피아 필리스(8승 3패)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333까지 올랐다. MLB 전체 18위. 내셔널리그(NL) 9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2루타 부문은 MLB 단독 1위(7개)로 다시 올라섰다. 득점(11점)도 NL 6위다. 타자 가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OPS(장타율+출루율)도 0.908을 기록, NL 20위다. 홈런이 하나도 없는 점은 아쉽다. 출루율(0.375)도 NL 31위로 나쁘진 않지만 삼진(7개)에 비교해 볼넷(3개)이 적은 편이다.

팀 내 위치는 독보적이다. 타율과 출루율은 마이크 여스트렘스키(0.344, 0.462)에 이어 둘째, 장타율과 OPS는 셋째이나 최다 안타(15개)와 2루타, 득점, 도루(3번)에서 팀 내 1위다. 여스트렘스키 할아버지가 MLB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칼 여스트렘스키(86)다. 둘 다 전설적 야구 가문 후계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 현지에서는 이정후가 NL 타격왕에 도전할 만하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그를 지난 시즌 NL 타격왕(0.314)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루이스 아라에스(28)와 비교한 뒤 “더 빠르고 출루 잠재력을 더 가졌다”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타구를 날리는 능력이 있어 상대 팀이 수비하기 까다롭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도 상위 5위 안에 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금까지 한국인 선수가 MVP 투표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건 2013년 추신수 12위(당시 레즈)였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과 미 야후스포츠도 올 시즌을 가장 뜨겁게 시작한 선수 6명에 이정후를 올렸다. 야후스포츠는 “데뷔 시즌인 작년은 부상으로 대부분 날려버렸지만 올 시즌 초반엔 맹활약하고 있다”며 “빅리그에서도 통할 타격 기술을 갖고 있다. 올스타로 뽑힐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이정후가 공격형 타자인 2번 윌리 아다메스(지난 시즌 32홈런)와 4번 맷 채프먼(27홈런) 사이에서 나오기 때문에 상대 투수들이 되도록 이정후와 정면 대결을 하려 한다는 점도 타격왕 도전에 유리한 요소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정후 타격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결국 지금 기세를 부상 없이 후반기까지 이어가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시즌 중반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얼마나 체력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이동 거리가 해외여행만큼 긴 MLB 일정을 온전히 소화한 적이 없다. 체력 관리를 얼마나 치밀하게 하느냐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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