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의 14년 이어받는 최수종… '한국인의 밥상', 전통의 가치 되짚다 [종합]

[KBS1 '한국인의 밥상' 700회 기념 기자간담회]
최불암의 14년 이어받는 새 프리젠터 최수종
PD가 밝힌 최수종 발탁 이유는?
'한국인의 밥상'의 정체성,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

배우 최수종이 10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KBS '한국인의 밥상' 700회 새 프리젠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불암의 '한국인의 밥상'이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 새 프리젠터로 발탁된 최수종은 최불암의 책임감, 사명감을 고스란히 껴안고 밥산의 유산을 이어간다.

10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에서는 KBS1 '한국인의 밥상' 7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행사에는 최수종과 임기순 PD, 전선애 작가가 참석했으며 엄지인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다. '한국인의 밥상'은 2011년 1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지난 14년 3개월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밥상 위에서 풀어낸 바 있다. 그간 긴 여정을 이끈 최불암이 하차, 최수종이 배턴을 이어받는다.

'한국인의 밥상'은 단순한 음식 프로그램을 넘어, 한 끼 식사에 담긴 문화와 역사, 지역 공동체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추억과 그리움을 담는 '맛의 기억 저장소' 역할을 해왔다. 계절마다, 지역마다 이어지는 다양한 음식을 찾아내고, 그 안에 깃든 삶의 지혜와 가족, 이웃의 온기를 전했다는 자부심이 전달됐다. 700회 특집은 배우 강부자 이정현과 셰프 박찬일이 함께 출연해 '한국인의 밥상'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임 PD는 "700회 특집은 '시간을 담다, 맛을 기억하다'라는 부제다. '한국인의 밥상'을 가장 응축한 메시지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음식으로 한 여정이다. '한국인의 밥상'은 단순히 요리 소개 프로그램이 아니다. 밥상 한끼에 담은 희로애락, 추억, 조상의 숨결과 지혜가 녹아들었다. 그런 것들이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된다. 우리 프로그램에는 매 계절, 지역마다 음식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발굴하고 그 속에 담긴 우리의 정서적 가치, 문화적 가치를 재발굴해 전달하는 것에 노력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식재료가 많은 현실에서 '한국인의 밥상'이 가진 또 다른 가치"라면서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되짚었다.

임 PD는 "700회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에는 촬영 현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는 출연자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방송을 보고 위로를 받았고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됐다는 시청자들 덕분에 지금까지 왔다"라면서 장수의 비결을 전했다.

최불암이 물려준 따뜻한 밥상은 이제 최수종의 손에서 새로운 빛을 발한다. 이는 단순한 MC 교체가 아닌 '밥상의 대물림'이라는 표현처럼 세대를 넘어 밥상의 유산을 잇는 과정이며, 과거를 품은 채 미래로 나아가는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 길라잡이가 될 최수종은 국민 남편, 아들이자 형이고 오빠로서의 친근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간다. 많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최불암 하차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임 PD는 "최불암 선생님께선 지난 14년 매주 전국 방방곡곡을 헌신적으로 돌아다니셨다. 사명감, 열정이 굉장히 깊으셨다. 우리 문화의 원료와 뿌리를 찾아야 공동체 사회가 안정되고 최선을 다하고 싶어 하셨다"라고 돌아봤다.

임기순PD, 배우 최수종, 전선애 작가가 10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KBS '한국인의 밥상' 700회 새 프리젠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가을, 3개월 가량 최불암은 휴가를 가진 후 하차 의사를 밝혔다. 임 PD는 당시를 떠올리며 "14년 만의 첫 휴식이었다. 그 자리에 여러 스타들이 채웠다. 너무도 순순히 '한국인의 밥상'이 좋고 최불암 선생님을 존경해서 메꿔 주신 분들이다. 올해 2월 오랫동안 함께 한 밥상 이야기를 든든한 후배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밝히셨다. 최불암 선생님은 우리 프로그램의 상징 같은 분이셨다. 물러나고 싶다는 뜻을 밝히셨을 때 제작진은 선뜻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한국인의 밥상' 브랜드 그 자체셨기에 여러 차례 재고를 요청했지만 워낙 (의지가) 강하셨다. 더 이상 부탁드리는 것은 제작진의 욕심이라는 판단에 최수종 배우로 후임 프리젠터로 최종 결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수종이 후임을 하게 됐다는 말씀을 선생님에게 드렸을 때 우리의 깊고 진한 맛을 잘 이어오길 바란다. 좋은 프로그램으로 오랫동안 빛내주길 바란다. 또 최수종씨가 잘 할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다"라면서 "다음 프리젠터의 기준은 전국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알 수 있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어야 했다. 또 촬영 현장에서 서민들과 잘 어우러지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따스함을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길 바랐다. '한국인의 밥상' 정체성과 가치를 가슴으로 이해하고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마음으로 전달하기 위한, 건강한 인물이길 원했다"라면서 최수종을 발탁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불암이 연륜에 기반한 무게감을 다진 프리젠터였다면 최수종은 친밀하고 친근한 장점을 갖고 있다.

배우 최수종이 10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KBS '한국인의 밥상' 700회 새 프리젠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녹화 현장을 떠올린 임 PD는 "최수종이 항상 밝고 유쾌하다. 건강한 에너지가 있다. 반면 눈물도 많다. 울컥하셔서 녹음을 중단한 적도 있었다. 세대 교체가 아닌 세대를 이어간다고 표현하고 싶다. 최수종은 세대를 잘 이어갈 '적격자'다"라면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간담회 도중 최수종은 많은 시청자들이 자신을 반겨줬던 때를 떠올리면서 눈물을 짓기도 했다.

'대조영'부터 '고려 거란 전쟁'까지 여러 국민드라마로 사랑을 받은 최수종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최수종은 "제겐 이 자리가 축복이자 영광이다"라면서 "방송이 갖고 있는 철학, 정체성을 봤다. 저는 프리젠터 제안이 왔을 때 고민을 했다. 쉽게 승락하지 못했다. 최불암 선생님의 눈빛, 느낌, 손짓 하나하나 모든 것이 온국민들에게 담겨졌기 때문에 어떤 표현을 전할 수 있을까. 하희라, 또 최불암 선생님과도 통화를 하며 고민했다. 최불암 선생님의 말씀 속에는 사명감, 책임감이 있었다. 제작하는 PD들의 성격, 장점, 단점을 다 알고 촬영에 임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가운데 최수종의 결정적인 계기는 고두심 선생님의 한 마디였다. '수종씨의 부담감은 알겠지만 당신의 삶처럼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기쁨과 아픔, 슬픔을 같이 느껴준다면 '한국인의 밥상'이 잘 표현되는 것'이라고 하셨다. 녹화를 해보니 최불암 선생님이 정말 존경스럽다. 하루 이동 거리가 900km가 넘는다"라면서 최불암의 노고를 언급했다.

한편 '한국인의 밥상' 700회 특집은 이날 첫 방송된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