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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 건강이 뇌 건강…입안 미생물 따라 인지력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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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인지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 구강 미생물군이 발견됐다. 엑서터대 제공

뇌의 인지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 구강 미생물군이 발견됐다. 엑서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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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과 치아 건강은 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입안의 염증 물질과 구강 미생물(박테리아)이 손상된 잇몸 혈관벽을 뚫고 들어간 뒤 혈류를 타고 뇌혈관까지 흘러가기 때문이다. 예컨대 치주염과 관련한 염증 물질이나 구강 미생물은 뇌혈관 염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켜 뇌졸중, 인지 기능 저하, 알츠하이머병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구강 미생물을 통해 치매 위험을 예측할 수 있을까?



영국 엑서터대 연구진이 50살 이상 성인 115명의 타액에서 뇌 건강, 특히 뇌의 인지력에 영향을 미치는 구강 미생물을 확인해 국제학술지 ‘국립과학원회보(PNAS) 넥서스’에 발표했다. 실험 참가자의 52%는 뇌 인지력에 이상이 없었고, 48%는 기억력을 포함해 경미한 인지 장애(MCI)를 앓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들의 타액을 분석한 결과 네이세리아(Neisseria)와 해모필루스(Haemophilus)라는 두 미생물 그룹이 더 좋은 뇌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이 구강 박테리아가 있는 사람들은 뇌 인지력 검사에서 더 좋은 점수를 보였다. 특히 기억력과 주의력,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이 좋았다. 이들의 타액에선 또 아질산염 이온 수치가 더 높게 나왔다. 아질산염은 박테리아가 채소에 함유된 질산염을 분해할 때 생성되는 물질이다.



구강 박테리아는 아질산염 분해를 통해 일산화질소를 생성함으로써 혈액 순환을 더 원활하게 해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진은 “이는 시금치처럼 질산염이 풍부한 채소를 섭취하면 건강한 박테리아 수치를 높여 뇌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후속으로 질산염이 풍부한 비트 주스가 구강 박테리아를 통해 뇌 기능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의 뇌 신경세포에 있는 잇몸 질환균 포르피로모나스(빨간색). Cortexyme 제공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의 뇌 신경세포에 있는 잇몸 질환균 포르피로모나스(빨간색). Cortexyme 제공




알츠하이머병 치매 예방 실마리 될 수도





반면 뇌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이는 구강 박테리아도 발견됐다. 기억력에 문제를 보인 사람들한테서는 일반적으로 잇몸 질환과 관련이 있는 포르피로모나스(Porphyromonas)라는 박테리아가 더 많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또 아질산염 수치가 낮은 사람들한테서 많이 발견된 프레보텔라(Prevotella)라는 박테리아도 뇌 인지력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병 위험 유전자인 아포이포(APOE4)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한테서 프레보텔라 수치가 더 많은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알아내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치매와 구강 건강의 관련성을 시사하는 최근의 여러 연구와 맥을 같이한다. 예컨대 일본 도호쿠대 연구진은 잇몸 질환과 기억화 학습에 핵심 역할을 해마의 부피 축소가 서로 관련이 있다는 걸 확인했고, 미국 루이빌대 연구진은 사망한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잇몸 질환 병원균인 포르피로모나스를 발견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이 박테리아에 감염된 쥐의 뇌에서 알츠하이머병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베타가 더 많이 검출됐다.



구강 박테리아 관리를 통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지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다. 픽사베이

구강 박테리아 관리를 통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지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다. 픽사베이




질산염 풍부한 잎채소 섭취로 좋은 미생물 늘려야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뇌 건강 연구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뇌 건강을 지원하거나 해치는 박테리아가 따로 있다면 구강 박테리아의 생태계를 바꾸는 치료법이 치매 예방책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예컨대 네이세리아 같은 아질산염 생성 박테리아의 성장을 촉진하고 프레보텔라와 포르피로모나스의 개체수를 줄이면 노화에 따른 뇌 기능 저하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이런 박테리아 수치를 측정하는 검사를 미래에 치과 검진의 일부로 도입해 뇌 건강 저하의 징후를 초기에 감지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를 주도한 조안나 레흐루 박사후연구원(분자생물학)은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앞으로 구강 미생물군집이 뇌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구강 박테리아 관리를 통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지연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다”며 “그때까지 가장 좋은 방법은 치아를 깨끗이 관리하고 잎이 많은 녹색채소처럼 질산염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해 입 안에 좋은 박테리아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Oral microbiome and nitric oxide biomarkers in older people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and APOE4 genotype.



https://doi.org/10.1093/pnasnexus/pgae54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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