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된 9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2025.04.09 권도현 기자 |
지난달 은행들이 내준 기업대출 잔액이 2조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여파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3월 기준 기업대출이 전달보다 줄어든 것은 20년만에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324조3000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1000억원이 줄었다. 올해 1월, 2월 증가세가 둔화됐다가 3월 들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기업들은 통상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대출을 줄이고, 연초에는 다시 늘리는 경향이 있다. 분기 말이라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3월에 기업대출이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3월 기준 기업대출이 전달보다 줄어든 건 2005년 3월(-1조2000억원)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7000억원)보다 중소기업(-1조4000억원)의 감소 폭이 두 배 가량 컸다. 대기업은 분기별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대출금을 일시 상환하면서 운전자금 위주로 감소했다. 정치적 혼란과 관세 여파 등으로 큰 규모의 대규모 투자 등을 미루고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중소기업대출의 경우 은행들이 신용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대출을 조인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7%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7년 11월(0.7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기업 연체율은 0.05%에 그쳤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해 4분기부터 대내외 불확실성 탓에 기업의 자금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었다”면서 “은행들도 신용 위험 관리에 나서면서 중소기업 대출을 축소했고 분기말 부실채권 매·상각을 늘린 계절적 요인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상호관세로 피해를 본 기업에 대해 금융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수출기업은 물론 협력업체의 경영도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시중 은행들에 업종별·기업별 지원 방안 마련을 요청했다. 이에 우리은행(10조2000억원), 하나은행(6조3000억원), KB금융(8조원) 등 주요 은행들이 순차적으로 금융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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