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25% 보복관세' 카드 쥐고… 유럽 "제로 관세 협상하자"

EU "미국에 '상호 무관세' 제안... 대화 준비"
221억 유로 보복 조치 준비하면서도 '눈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한 유럽연합(EU) 대응은 '투 트랙'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 철회 또는 완화를 위해 협상을 추진하되, 잘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보복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EU는 '모든 공산품에 대한 관세 철폐를 미국에 제안했다'고 공개하며 협상 의지를 적극 피력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일부 미국산 제품에 관세 25%를 매기는 방안을 추진했다.

7일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마로시 세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무역·경제 장관 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에 '상호 무관세(zero-for-zero tariffs)'를 제안했다. 자동차, 의약품, 고무, 플라스틱 등 모든 공산품이 논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EU에 철강·알루미늄 관세 25%, 상호관세 20%를 매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협상하자'는 메시지를 강하게 발신한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별도 기자회견에서 상호 무관세 제안 사실을 확인하며 "유럽은 늘 좋은 거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EU는 '플랜B'를 마련하는 데도 분주했다. 이날 무역·경제 장관 회의에서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대응이 주로 논의됐는데, 여기서 보복 관세 대상 목록에 대한 윤곽이 잡혔다고 미국 폴리티코는 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철강·알루미늄을 비롯, 담배, 대두, 옥수수, 쌀, 아몬드, 오렌지 주스, 섬유 및 특정 의류에 관세 25%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해당 목록은 9일 27개 회원국 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우리의 이익을 방어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각 뒤로 유럽연합기와 관세라는 글자가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보복 계획에도 '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당초 EU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해 약 260억 유로(약 41조9,934억 원) 규모의 보복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마련된 보복 방안은 약 221억 유로(약 35조7,173억 원) 규모다. 또 EU는 당초 이달 15일과 다음 달 15일 보복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했으나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를 다음 달 16일과 오는 12월 1일로 연기하는 논의가 추가로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 다만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미국 CNBC 방송 인터뷰에서 EU의 상호 무관세 제안에 대해 "부가가치세 등 비관세 장벽을 낮추겠다고도 밝히라"고 촉구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