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쇼박스 제공) |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배우 하정우(47)가 세 번째 연출작 '로비'로 돌아왔다. 최근 급성 충수돌기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그는 연출이자 주연으로서 남다른 책임감을 갖고 달리는 가운데, 영화를 개봉하는 소감을 밝혔다.
하정우는 최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쇼박스 사옥에서 영화 '로비'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영화의 연출과 각본, 주연으로 참여했다.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 분)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로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에 이은 하정우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10년 만에 연출작을 선보이는 하정우는 "확신이 올 때까지 또 한 번 참아보자며 시간을 갖다가 '로비'를 만나게 됐고 2021년에 마음속에 서서히 그려 넣기 시작했다"며 "제가 2020년도 코로나부터 골프를 배우고 필드에 나가고, 그런 경험을 해보면서 이 배경과 환경, 여기에 나온 사람들을 한데 묶어서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겠다는 생각에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접대 골프를 소재로 택한 이유에 대해 "골프 라운드에 나가면 일단 가식이 되게 많이 있더라"며 "어떤 사람이 샷을 실수하면 걱정해 주는 척하지만, 속내는 되게 다 좋아하고 신나 하고, 잘 치면 '나이스샷'이라고 외치지만 공이 죽길 바라는 게 너무나 표면적으로 드러나는데 골프장에서는 그런 마음들이 나이를 떠나서 다 똑같은 게 너무 흥미로운 지점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정우(쇼박스 제공) |
김의성이 맡은 최 실장은 나이가 어린 여성에게 집적거리는 비호감 아저씨 역할이다. 하정우는 "여러 매체나 주변 사람이나 최악의 사람을 떠올리면서 짬뽕을 시켰다"며 "재수가 없고, 보고 싶지 않은 건 그런 얘기와 행동을 하면서도 어떤 건지 모르는 게 최악이라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최 실장은 스스로 자기가 나이스하고 세련됐다고 생각하고 매력적인 아저씨라 생각하지만, 반대 입장에선 너무나 불편하고 함께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인물이지 않나"며 "빌런 아닌 빌런을 만들려고 해서 제가 어렸을 때부터 만난 '개저씨들', 물론 저도 아저씨, 개저씨일 수 있겠지만, 진 프로를 당혹스럽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서 만든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최 실장과 호흡하는 진 프로는 강해림이 연기했다. 하정우는 "가장 어려운 캐스팅이었고, 먼저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강해림에게 요구한 건 화술보다도 골프 폼이었다, 진 프로가 너무 감정 표현을 잘하면 오히려 튈 것 같아서 날 것의 모습이 보이길 바랐고 의도적이었다"고 했다.
진 프로를 향한 최 실장의 집적거림은 극 말미 극적으로 해소된다. 하정우는 이에 대해 "진 프로가 최 실장에게 그 정도로 표현하지 않으면, 거기까지 온 피로도가 있는데 그걸 뒤엎을 만한 카타르시스가 분명히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 장면이 이 영화에서 중요한 포인트, 클라이맥스에 점을 찍는 포인트였다"고 밝혔다.
이어 "오바이트도 오바이트지만 진 프로가 토하고 나서 토해내는 말들에 담긴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그걸 두 번이나 재촬영을 더 했고, 강해림 배우가 잘 따라와 주고, 다시 준비하고 오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그래서 토하고 욕하는 장면만 3번을 찍었다"고 덧붙였다.
하정우(쇼박스 제공) |
하정우는 감독으로 나서는 만큼 흥행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밝혔다. 그는 "주변에서 '떨리냐, 긴장되냐'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저는 그냥 다 자연의 흐름과 하늘의 뜻이라 생각한다"며 "되돌아보면 내가 다 이뤄낸 건가 싶어서 생각해 보니 이렇게까지 잘 될 작품이었나 싶기도 했었고, 잘될 것 같았는데 안 됐다 싶은 것도 있었다, 매 작품 열심히 하고 요즘 홍보도 하고 열심히 사는데, 사실 이게 내 마음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겠구나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개봉 날짜를 받았으니 거기에 맞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일이라 생각했고, 그럼 결과에 굳이 연연해할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며 "살면서 이렇게 많은 홍보, 유튜브와 공중파, 'SNL 코리아'까지 한 건 처음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제가 하겠다고 발 벗고 나선 건데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고 세상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맥시멈 최대치 해보는 게 데이터가 될 거라 생각한다, 다행히 나이를 먹고 조금은 쿨해졌다"며 웃었다.
이번 작품 의미에 대해 하정우는 "이전 연출작 '롤러코스터' '허삼관'은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결도 있다"며 "근데 '로비'를 통해 제 방향성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롤러코스터' 느낌을 가느냐, '허삼관'으로 가냐에 있어서 노선을 확실히 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음 연출작 '윗집 사람들'도 이런 비슷한 결로 가게 될 거라 생각한다"며 "'윗집 사람들' 찍을 때도 철저하게, 더 밀도를 높여서 촬영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 하정우로서 방향이 정해져서 이렇게 간다는 신호탄 같은 작품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로비'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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