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체이스 제이미 다이먼 회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자 월가 거물들과 기업인들이 잇따라 트럼프 관세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세계 각국은 오는 9일 예고된(현지시간) 상호관세 발효 하루를 앞두고 보복과 협상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美 경제거물들 “완전한 침체, 美증시 80% 폭락 가능성” 등 잇단 경고= 7일(현지시간) 미 CNN 등에 따르면, 월가 거물 JP모건체이스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가 수입품과 국내 가격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그가 연례 서한에서 미국의 단일 경제 정책에 대해 이처럼 직접적으로 비판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지난 1월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다이먼은 “인플레이션이 조금 있더라도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괜찮고 그냥 넘어가면 된다”고 했으나 지난달엔 입장을 조금 바꿔 “불확실성은 좋지 않다”고 했다. 이날은 ‘성장 둔화’를 언급해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입장을 냈다. CNN은 “다이먼이 관세에 대해 경고를 울렸다”고 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뉴욕경제클럽 대담에서 “내가 대화를 나누는 대부분 CEO는 우리가 현재 경기침체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것”이라며 미 증시 하락세가 지속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핑크 CEO는 “경제는 우리가 말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약화하고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자면 지금 사태는 (주식) 매도 기회라기보다는 매수 기회라고 말하겠다”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이 말이 주가가 현 수준보다 20% 추가 하락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이날 블룸버그 칼럼에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둔화)은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며 “더 가능성이 높은 것은 미국 경제가 높은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완전한 경기침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블랙스완’에 베팅하는 전략으로 유명한 유니버사 인베스트먼트의 마크 스피츠나겔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경제 버블이 터질 경우 증시가 80% 폭락할 수 있지만 이번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스피츠나겔 CIO는 이날 마켓워치에 보낸 논평에서 “이번 일이 끝나면 80% 폭락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이 그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美재무 “70개국 협상 희망…일본 우선순위”=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효를 하루 앞두고 세계 각국은 총력 대응에 나섰다. 협상단을 미국으로 보내 관세 인하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은 고강도의 보복 관세를 예고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날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공산품에 대한 관세 철폐를 미국에 제안했다. 또 이번 주 확정할 예정인 철강관세 보복 계획도 당초보다 축소 시행하기로 하는 등 협상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발신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공산품 무관세가 “불충분”하다며 비관세 장벽를 문제삼았다. 일본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거나 무역 대표단을 미국에 보내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문제와 관련해 “우리에게 접근해온 나라가 지금 50∼60개, 아마도 거의 70개국에 이른다”며 “(각국과 협상하느라)바쁜 4∼5월이 될 것이며, 아마 6월까지도 바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이날 전화 통화를 한 데 이어 장관급 후속 협의를 진행키로 한 일본에 대해 베선트 장관은 “일본이 매우 빨리 나섰기 때문에 일본이 (협상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목희·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