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전년 대비 40%대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점유율은 크게 떨어졌다. 특히 삼성 SDI의 점유율은 1년 새 4계단이 하락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에너지 분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 세계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하이브리드 포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129.9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40.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전기차용 배터리 성장률이 27.2%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올해 출발은 괜찮은 것으로 파악된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중국이 전체 시장을 견인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전체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웃지 못했다. 국내 3사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17.7%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포인트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8.5% 성장하며 점유율 3위를 지켰다. SK온은 38.6% 성장하며 4위에 올랐다. 반면 삼성SDI는 22.2% 역성장하며 점유율이 8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위에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삼성SDI의 주요 고객사인 미국 리비안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을 출시하면서 삼성SDI 배터리 비중이 줄어든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아우디 Q8 e-트론 모델의 판매량도 감소했다.
SK온의 경우 현대차의 아이오닉5, EV6 페이스리프트 모델, 메르세데스 벤츠의 EQA, EQB 모델 판매량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판매량이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테슬라 공급량이 35.7% 감소하면서 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39.7% 성장하며 점유율 1위를 지켰다. 중국 BYD는 81.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하는 BYD는 지난해 400만대에 이어 올해 600만대의 신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며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올해 배터리 시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정책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SNE리서치는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 및 주요 원자재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하며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 전반에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중국산 원자재와 배터리에 의존하던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재편을 추진 중이며,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북미 현지 생산 확대와 원자재 공급처 다변화를 위한 전략적 대응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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