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액션!’하면 동생이 연기했다. 패기 넘치는 독립영화 ‘잉투기’의 엄태화(33)-태구(30) 형제 얘기다. 형이 메가폰을 잡고 동생이 주연을 맡았다. B급 감성 물씬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한국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2000년의 류승완-승범 형제의 모습과 겹친다.
“주인공은 ‘찌질이’(모자라고 한심한 사람을 지칭하는 인터넷 은어) 느낌이 나는 인물인데, 제 동생 외모가 딱 그렇게 보이지는 않아서 처음에는 고민했죠. 그러다가 본인은 한없이 심각하고 진지한데 다른 이들이 보기에 영락없이 ‘찌질이’이면 오히려 더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아예 동생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완성했습니다.”(엄태화)
동생 엄태구는 음영과 윤곽이 뚜렷한, 선굵고 강인한 외모를 지닌 배우다. 그래서 깡패, 경찰, 폭력학생 등의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그런데 영화 ‘잉투기’에선 취업도 포기한 ‘백수’에 꿈도 야망도 재능도 없는 한심한 청년으로 등장한다. 푼돈이나 벌자고 한 인터넷 게임 아이템 거래에서 온라인의 ‘적수’였던 상대에게 속아 급습, 난타당한 후 상대에게 복수하겠다고 나선 인물이다. 황당무계한 일에 휘말려 허황된 행동이나 일삼는데 얼굴은 구국의 전사처럼 비장하고 진지하니 우스꽝스러운 한편 씁쓸한 연민도 느껴진다. 스스로를 잉여라고 자조하는 ‘88만원 세대’의 한 초상이다.
“주인공은 ‘찌질이’(모자라고 한심한 사람을 지칭하는 인터넷 은어) 느낌이 나는 인물인데, 제 동생 외모가 딱 그렇게 보이지는 않아서 처음에는 고민했죠. 그러다가 본인은 한없이 심각하고 진지한데 다른 이들이 보기에 영락없이 ‘찌질이’이면 오히려 더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아예 동생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완성했습니다.”(엄태화)
동생 엄태구는 음영과 윤곽이 뚜렷한, 선굵고 강인한 외모를 지닌 배우다. 그래서 깡패, 경찰, 폭력학생 등의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그런데 영화 ‘잉투기’에선 취업도 포기한 ‘백수’에 꿈도 야망도 재능도 없는 한심한 청년으로 등장한다. 푼돈이나 벌자고 한 인터넷 게임 아이템 거래에서 온라인의 ‘적수’였던 상대에게 속아 급습, 난타당한 후 상대에게 복수하겠다고 나선 인물이다. 황당무계한 일에 휘말려 허황된 행동이나 일삼는데 얼굴은 구국의 전사처럼 비장하고 진지하니 우스꽝스러운 한편 씁쓸한 연민도 느껴진다. 스스로를 잉여라고 자조하는 ‘88만원 세대’의 한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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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화-엄태구 영화 '잉투기' 감독-배우 형제.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잉여’라는 감성은 항상 느끼죠. 고교 중퇴 후 마땅히 할 일도 없어서 친구 권유로 시작한 게 연기였으니 말이죠. 지금도 서른이 넘었는데 부모님께 용돈도 못 드리는 불효자이니, 제가 온라인 세계에 익숙하지는 않아도 ‘잉여’라는 느낌을 늘 갖고 있어요.”(엄태구)
엄태구는 중학교 시절 집안형편이 어려워져 매달 용돈이 나오고 취업이 보장된 공군기술고(현 공군항공과학고)로 진학했다. 하지만 울타리에 갇힌 느낌과 정해진 미래가 싫어 중퇴했다. 그 때 친구의 권유로 연기를 시작했다. 다 큰 아들이 딱히 정해놓은 진로 없이 있다가 연기를 한다니 부모님께서도 반기셨다. 형도 응원했다. 검정고시를 거쳐 삼수 끝에 건대 영화과에 진학해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원래 온라인 세상을 소재로 하겠다는 생각은 있었죠, 그러던 차에 실제 ‘잉투기’가 열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2000년대 중반부터 디시인사이드, 웃긴 대학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들락거렸고, 늘 친구들과 게임을 하곤 했어요. 요새 ‘잉여’라고 불리는 문화이지만, 실은 제 친구들, 그리고 저의 이야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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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화 감독은 홍대(광고디자인과)를 거쳐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장편 제작 지원 제도로 첫 작품이 ‘잉투기’를 내놓았다. ‘잉투기’는 잉여들의 격투기라는 뜻. ‘잉투기’는 ‘잉여’ ‘병맛’이라고 자조하는 새로운 세대의 감성과 초상을 담은 일종의 성장담이다.
“성장기를 담되, 어줍짢은 교훈이나 ‘꼰대짓’은 피하려고 했죠. 반대로 ‘거지같은 세상 뒤집어 버리자’는 태도도 비껴갔습니다. 그저 우리 세대의 친구들을 보는 느낌으로,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 대상 출신인 엄태화 감독은 소재와 세대에 대한 감각과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화술이 돋보이는 신인감독이다. 배우 엄태구는 상업영화에서 7년간 단역과 조연을 거쳐 지금 조금씩 비중과 입지를 늘여가고 있는 중이다. ‘동창생’에서도 조연으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현재 영화 ‘인간중독’과 드라마 ‘감격시대’를 촬영 중이다. 지난 4일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엄태화는 “한동안 자기가 맡은 인물에 온통 빠져버릴 정도로 집중력과 몰입력이 좋다”며 함께 자리한 동생을 칭찬했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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