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병력 |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에 건물, 공장, 농장 등을 완전히 없애 버린 완충지대를 추가로 만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스라엘은 완충지대 안의 주거용 건물까지 모두 파괴하고는 해당 지역에서 보이는 사람에게는 모두 발포하라는 명령까지 내려 이곳을 '살인구역'(kill zone)으로 만들었다고 영국의 일간 가디언이 7일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 제대군인들이 2004년 결성한 시민단체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는 완충지대 작업에 투입된 병사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이날 내놨다.
이 보고서는 이스라엘군의 추가 완충지대 건설 목적은 해당 구역 내 장애물을 모두 없애 이스라엘군이 적(하마스)을 잘 식별해 제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 공간에는 작물도, 구조물도, 사람도 없어야 한다. 완충지대 안의 모든 구조물과 인프라가 파괴됐다"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완충지대는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경계에 있는 300m 폭의 기존 완충지대에서 1㎞ 더 가자지구 쪽으로 설정됐다.
작업에 참여한 이스라엘군 병사들은 민간인이 거주하는 주택은 물론, 학교, 이슬람교 회당(모스크), 묘지, 공공시설물 등 거의 모든 건물과 시설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파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그 결과 완충지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버렸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스라엘-가자 경계의 이스라엘군 전차 |
이스라엘군의 한 공병 부대원은 주택과 파괴된 주택 잔해들을 폭파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증언했다. 중대별로 아침에 5~7개 작업 대상 주택건물을 배당받아 이를 파괴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왜 건물을 부수는지 몰랐고, 합법적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정당화할 수 있는 한도를 벗어난 일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성 이미지 분석 결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와의 경계에서 1~1.2km 내의 건물 수 백개를 조직적으로 파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 이스라엘군 병사는 완충지대 안에서 사람을 발견할 시 발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이 병사를 포함해 여러 군인은 당시 '민간인'이라는 개념이 없이 완충지대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전부 테러리스트로 간주해야 한다는 관념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이스라엘군 대위는 완충지대 안에선 "명확한 교전수칙도 없었다"면서 "우리는 치욕, 고통, 분노, 성공에 대한 강박으로 전쟁을 시작했다. 민간과 테러 시설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았고,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병사들은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일 같았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했고, 이에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을 선언한 이스라엘은 이후 1년 반 동안 가자지구를 맹폭해 대부분의 지역을 폐허로 만들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런 증언과 보고서 내용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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