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로구 일대 빌라촌 모습.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최근 서울 내 소규모 정비 사업지들이 장기간 표류하거나 해산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3일 서초구는 ‘풍림현대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해 조합설립인가 취소 고시를 냈다. 해당 사업지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18-16 일대의 3301㎡로, 조합은 지난 2023년 11월 설립됐다. 조합은 조합설립 인가 이후 약 16개월 만에 해산됐다. 고시 내용에 따르면 취소 사유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조합원 과반수 동의로 나타났다.
조합 관계자는 “건설회사도 적극적이지 않고, 규모도 작아 해산하자는 의견이 작년 12월부터 나왔다”며 “올해 1월 주민총회서 조합설립 취소를 의논해 구청에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 단지 크기가 작아 시공사 선정에도 그동안 어려움 많았다”고 설명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업 시행 구역이 1만㎡ 미만의 소규모 사업지여야 하고, 정비구역 지정이나 추진위원회 구성 등의 절차가 생략돼 사업 기간의 상당한 단축이 가능하다. 조합 없이 추진도 가능하고 필수 동의율도 낮은 편이라 큰 차질이 없다면 사업 진행 약 3년 안에도 입주가 가능할 만큼, 빠른 진행 속도가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추진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사업 규모·대상지 면적이 작아 장기적으로 사업성·경제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장기간 사업이 표류하면서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하는 사업지들이 생기고 있다. 동시에 해당 조합들은 규모를 확장하거나 주변 사업지를 흡수하는 식으로, 사업성을 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풍림현대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주변 시설이 굉장히 노후화돼 있어 사업 구역을 넓히면 건설사들의 더 활발한 참여가 예상된다”며 “인근 지역 주민들 중심으로 구역을 확장해 모아타운이나 주거중심형 복합개발로 추진해 보려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몇달 전에도 비슷한 사유로 조합 해산된 곳이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북구 번동 7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지는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했다. ‘번동 454번지 일대 소규모주택 정비 관리계획(모아타운 관리계획) 승인 고시’의 내용에 따라, 번동 7·8·9구역 통합 시행을 위해 조합 해산을 신청한 것이다.
조합설립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한 곳들도 많았다. 올해 1월 기준 서울시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 현황에 따르면, 서울 내에서 조합설립인가 단계까지 사업이 진행된 110곳의 사업지 중 54곳이 조합설립 이후 약 3년 이상 추가 진행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필수적인 시공사의 인력이 투입되는 것은 현장 규모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다. 건설·분양 경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건설사가 선별 수주를 하게 되는 상황”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인건비처럼 들어가는 비용이 비슷하다면, 사업 규모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중대형 사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