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트럼프 2기 들어 美군함 시장 1조달러 추산…방사청, 업체 간 협력 중재하고 있으나 입장차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서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서 취재진을 만나 “러시아와 중국, 이란의 해군 연합 훈련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AFP=뉴스1 |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과열 경쟁으로 표류하고 있다. 최근 방위사업청 중재로 만난 두 업체는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사업'의 협력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사업 주도권을 결정하는 계약 방식 등에선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중국과 북한 등이 해군력을 증강하는 가운데 국내에선 업체 갈등으로 '함정 전력화'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강환석 방사청 차장은 지난 2일 HD현대와 한화오션 관계자들과 만나 'KDDX 사업의 상생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업체는 지난해 11월까지 KDDX 사업 수주를 놓고 소송전을 벌였는데, 방사청으로선 국내 업체 간 갈등이 추후 해외 함정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적극 중재에 나서고 있다.
방산업계 소식통은 "이번 회의는 KDDX를 공동설계한다면 어떻게 개발 범위를 나눌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면서 "하지만 두 기업이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면서 방사청이 추후 몇차례 더 만나 협의 과정을 거치자고 중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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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원 KDDX 쟁탈전' HD현대·한화오션 이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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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개요.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
KDDX는 2030년까지 약 7조8000억원을 투입해 6000t(톤)급 최신형 이지스함 6척을 구축하는 국책사업을 말한다. 통상 함정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어진다.
개념설계는 2012년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기본설계는 2023년 HD현대가 맡았다.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는 그동안 19번 가운데 1번을 제외하고 모두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맡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을 HD현대가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HD현대와 한화오션이 KDDX를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면서 사업이 1년 이상 지연됐다. 한화오션은 자사가 만든 'KDDX 개념설계' 도안을 HD현대 직원이 몰래 취득했다며 고소했는데, 법원은 2023년 11월 HD현대 직원들에게 군사기밀보호법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방사청은 관련 판결 이후 HD현대의 제재 수위를 '행정지도'로 의결했다. 하지만 한화오션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추가 고소에 나섰고 HD현대가 맞고소하며 법적 분쟁이 일어났다. 두 기업이 지난해 11월 고소를 모두 취하했지만 분쟁 앙금이 남아 KDDX 사업에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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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전력화 지연 우려…美 함정 수주에 힘 못 모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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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분쟁 타임라인.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
HD현대가 방사청에 수의계약을 주장하는 것은 함정사업의 경우 기본설계에서 핵심기술 적용과 탑재장비 사양·성능 들을 모두 결정하고 상세설계에서 이를 구체화하기 때문이다. 그간의 관행대로라면 HD현대가 사업 수주에 유리한 셈이다. 반면 경쟁입찰로 업체를 선정하면 HD현대는 기밀유출 건으로 사업 입찰에서 보안감점(1.8점)을 받기 때문에 한화오션에 일부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함정 전력화 시기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대장)은 지난 2월 HD현대와 한화오션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주변국은 해군력을 지속 증강하는 엄중한 현 안보환경 속에서 주요 함정의 전력화 시기 지연 상황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방산업계에선 국내에서의 갈등이 해외 군함 수주 시장에서 힘을 합쳐야 할 때 협력을 가로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의회에 따르면 미 군함 시장은 2054년까지 1조달러(약 1460조원)로 추정된다. 미국이 앞으로 30년 간 전투함 290여척, 군수지원함 70여척 등을 건조할 때 드는 비용이다. 미국 선박의 '유지·보수·운영'(MRO) 사업 규모도 연간 20조원 정도로 예상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중요 조선소들의 함선 건조 사업을 현지에서 료해(점검)하고 선박 공업의 획기적 발전을 위한 전략적 방침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뉴스1 |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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