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
조기 대선이 6월 3일로 잠정 확정되면서 국민의힘의 주요 대선 주자들이 대선 경선 출마 의사를 속속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안팎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경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대행은 경제부총리를 거쳐 국무총리를 두 차례 지내고 주미국 대사도 역임했다. 그런 만큼 최근 불거진 글로벌 통상 전쟁과 국내 민생 경제 위기에 대응할 역량을 갖춘 대선 후보감이란 것이다. 한 대행은 정치 참여를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정권’의 등장을 저지하려면 누구든 나서 총력전으로 임해야 한다”며 ‘한덕수 차출론’을 거론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7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경선과 관련해 “당 외부에서 (후보를) 영입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라면서 “한덕수 대행을 모시자는 의견이 나온다”고 했다. 전날 열린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에서도 일부 의원은 국민의힘 차기 대선 후보로 한 대행을 검토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정인성 |
사실 국민의힘에선 올해 들어 ‘한덕수 차출론’이 물밑에서 거론돼 왔다. 한 대행은 12·3 비상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에게 다른 국무위원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건의하는 등 계엄에 반대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작년 12월 14일 탄핵소추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정부를 이끌다가, 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당했다. 석 달 가까이 직무가 정지됐던 한 대행은 지난달 2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 입장에서 한 대행은 민주당의 부당한 탄핵 공세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서사(敍事)를 가진 인물”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개헌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네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서는 안 의원 측은 “국민 모두가 화합하자는 뜻에서 광화문광장을 대선 출마 장소로 잡았다”고 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오는 9일 국회에서 대선에 출마한다는 뜻을 밝힌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오는 14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홍 시장은 시장직을 사퇴하고 경선에 나설 방침이다. 이날 그는 헌법재판소 폐지, 수능 연 2회 실시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번 주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국민의힘 경선 일정 확정을 전후해 출마 선언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날 전직 국회의원 125명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장관 출마를 촉구했다. 다만 김 장관은 이날 “아직 결심을 내린 건 없다”고 했다.
주요 인사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면서 국민의힘 경선에 나설 주자가 20명 안팎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범보수 진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한 후보가 없다 보니 인지도 등 정치적 체급을 높이기 위해 벌어지는 현상”이란 분석과 “모두 나서야 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란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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