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대선과 권력 분산형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자는 우원식 국회의장 제안과 관련해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사실상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 때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을 공약했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조기 대선 정국에 접어들고 집권 가능성이 커지자 개헌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대한민국은 대통령 5년 단임제라는 기형적 제도 때문에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레임덕이 시작된다”며 “재평가받을 기회도 없기 때문에 국정에 안정성이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래서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것에 전 국민이 공감하지 않나. 동의한다”고 했다. 권력 구조를 개편하는 개헌에 원론적으로는 찬성한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을 공약하고, 지방선거·총선과 대선 일정을 맞추기 위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임기를 1년 단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픽=정인성 |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지금 당장은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 것이 훨씬 더 긴급하고 중요하다. 우선은 내란 종식에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조기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제안엔 선을 그은 것이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개헌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는 생각을 국민의힘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개헌 문제를 갖고 일부 정치 세력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논점을 흐리고 내란의 문제를 개헌 문제로 덮으려고 하는 시도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게 중요한데, 대선일에 권력 분산형 개헌을 동시에 하자는 주장은 이를 희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의 이런 주장을 두고 국민의힘에선 “개헌의 핵심인 권력 구조 개편을 뒤로 미루자는 주장인데 대통령이 되는 데 급급해 사실상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이번 대선의 가장 유력한 주자인데 굳이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고 임기를 단축하는 개헌과 같은 변수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민주당은 시대 교체를 반대하는 ‘호헌(護憲) 세력’임을 보여줬다. 개헌은 ‘나중에, 나중에’ 하고, 의회 독재에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까지 다 휘둘러 보려는 속셈”이라며 “‘나까지는 누릴 것 다 누리고, 내 뒤부터 권력도 나누고 임기도 줄이겠다’고 해서는 개헌이 될 리 없다”고 했다. 개헌을 주장해온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대선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우 의장의 제안에 적극 찬성하고 지지한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 끝난 이상 국가 권력 구조 개헌은 대한민국 백년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국가적 과제”라고 했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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