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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했던 트럼프… 휴전은커녕 다시 울리는 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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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기미 안 보이는 두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유세 때 많은 희생을 내고 있는 두 전쟁을 조속히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그가 지목한 전쟁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으로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었다. 트럼프 취임을 계기로 일시적·부분적 휴전 합의가 이뤄졌지만 이후 트럼프가 관세 전쟁에 집중하면서 두 전쟁은 다시 화염 속으로 빨려 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4시간 안에 종전” 약속 무색

트럼프는 지난해 유세 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고 여러 차례 자신했다. 하지만 트럼프 취임 후 약 80일이 다 되도록 종전(終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진경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 석유·가스 시설을 무인기(드론)로 계속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전역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밤새 공습을 퍼부었고, 앞서 지난 4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향인 동남부 크리비리흐에 또 미사일 공격을 해 어린이 아홉 명 등 열여덟 명이 숨졌다. 러시아 공습으로 지난 2주 새 발생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는 100명이 넘는다.

젤렌스키는 6일 영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일시적 교전 중단에 합의한) 흑해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공격해 왔다”며 “러시아는 공격 능력 유지를 위해 휴전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재자인) 미국의 대응을 애타게 기다리지만, 미국은 여전히 반응이 없다. 유럽과 세계 각국이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 제재 등으로) 대응해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두 달여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휴전을 위한 ‘셀프 중재’를 해왔다. 지난 2월 중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연속 통화를 하고 휴전 협상을 시작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어 미국 당국자들은 지난달 23일 양측 협상단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불러 모아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및 흑해에서의 교전 중단을 골자로 한 30일간의 부분 휴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로부터 2주가 다 된 7일까지 휴전안은 발효되지 않고 있다. 합의는 됐는데 시행은 안 되는 어정쩡한 상태란 뜻이다. 러시아는 “우리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세부적 문제들이 해결돼야 휴전 협정의 이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핵심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 일부 해제이지만, 전쟁 발발 직후 미국과 손잡고 대러 제재에 나섰던 유럽 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침공 중단 전에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가 취임 후 유럽 동맹국을 안보 및 경제 문제로 경시하는 가운데, 대러 제재 완화 문제에서만 유럽에 협조를 요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사우디 합의 이후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교전은 계속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을 규탄하며 “평화를 거부하는 러시아에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0일 트럼프를 만나 “부활절인 4월 20일을 휴전 이행 시한으로 설정하자”고 제안했으나, 트럼프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4일 “러시아가 평화에 진지한지는 몇 주 안에 확인될 것이다”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짧았던 휴전, 이스라엘·하마스도 다시 전쟁 속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간 전쟁도 휴전이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교전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월 취임을 앞둔 트럼프 측의 중재로 양측 휴전이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42일간으로 예정됐던 1단계 휴전 이후 남은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완전 철수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전쟁 재개로 이어졌다.

이스라엘이 다시 가자지구 공습에 나서면서 인명 피해는 또 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4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 있는 학교를 폭격해 어린이와 여성 등 27명이 사망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북부 자발리야에서 운영해온 피란민 대피소와 진료소에서도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습으로 최소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쟁 재개 3주 만에 가자 전역에서 1100여 명이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지난 1월 15일 타결됐던 1단계 휴전안은 6주간 교전을 멈추고, 매주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맞교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여기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생존 인질 서른 명이 1단계 휴전 기간 동안 석방됐고, 이스라엘군은 필라델피회랑 등 일부 지역에서 철수했다. 양측은 당초 미국의 중재로, 모든 인질을 석방하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완전 철수하는 2단계 휴전에 관한 협상을 2월 초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1단계 휴전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인질 전원을 석방하라”고 요구하고, 하마스는 “기존에 합의했던 대로 2단계 휴전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의견 충돌이 일었고 휴전은 그대로 끝났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이스라엘 인질 59명이 남았고, 이 중 최소 24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하마스는 “생존한 인질들을 (이스라엘 공습으로부터) 대피시키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하마스 군사 조직 알카삼여단의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은 “생존한 이스라엘인 인질의 절반은 최근 이스라엘군이 (공습을 예고하며) 대피를 명령한 지역에 있다”며 “이스라엘이 인질들의 목숨을 걱정한다면 즉각 대피나 석방과 관련한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석방 협상’에 나서는 대신 군사 위협 수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연일 하마스를 압박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파기 직후 병력을 철수했던, 넷자림 회랑 등의 지역을 무력으로 다시 장악했다. 지난 5일엔 가자지구 남부 라파와 칸유니스 사이에 있는 모라그 회랑에 지상군을 투입했다. 이스라엘군이 이곳에서 작전을 수행한 것은 2023년 10월 7일 개전 이후 처음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우리의 전략을 변경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영토를 점령하고, 테러리스트를 공격하며 기반 시설을 파괴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여러 부패 혐의를 받는 네타냐후는 극우파와의 연정 구성을 통해 정치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휴전에 크게 반발하며 연립 정부에서 사임했던 극우 강경파 장관들은 전쟁이 재개된 후 다시 정부로 복귀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는 가자지구 공습을 재개하면서 가장 시급한 정치적 문제(정권 연장)를 해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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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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