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출·내수, 온·오프라인 판매 모두 부진
연구개발비도 전년 대비 30% 줄어…제품 경쟁력 약화 우려
네이처리퍼블릭이 지난해 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사진은 올해 초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온 창업주 정운호 회장. /더팩트 DB |
[더팩트 | 문은혜 기자] 국내외 K-뷰티 열풍 속에서 토종 브랜드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1세대 로드숍 브랜드인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며 자존심을 구겼다. 수출과 내수,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 실적이 전반적으로 모두 감소한 가운데 연구개발 비용 또한 전년 대비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2024년도 네이처리퍼블릭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처리퍼블릭은 1140억원의 매출액과 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0.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상품매출은 수출과 내수 모두 감소했다. 상품 수출은 453억원, 내수는 66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 26% 줄었다. 가맹점 매출도 떨어졌다. 지난해 가맹점 매출은 5200만원으로 전년(1억3600만원) 대비 62% 급감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K-뷰티 인기를 타고 지난해 온라인과 해외 매출 비중 늘리기에 나섰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지난해 오프라인(47.09%) 판매 비중은 전년 대비 4.68%p 하락한 반면 온라인(12.03%)과 해외(40.88%) 판매 비중은 각각 0.71%p, 3.97%p 상승했다. 그러나 판매금액은 오프라인(-27.9%)과 온라인(-15.8%), 해외(-12.25%)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이같은 실적이 뼈아픈 이유는 국내외 뷰티 시장이 어느 때보다 호황이기 때문이다.
K-뷰티 열풍 속에서 토종 브랜드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규모는 102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수출 규모가 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대기업 브랜드 뿐만 아니라 중소 인디 제품들도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연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한 브랜드들도 줄줄이 나왔다. 색조 제품으로 유명한 클리오는 지난해 35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리들샷'으로 유명한 VT, 마스크팩 '메디힐'을 운영하는 엘앤피코스메틱 등도 지난해 3000억~40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처리퍼블릭도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올리브영과 쿠팡, 무신사, 에이블리 등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북미 수출 확대에도 공을 들였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신규 소비 창출을 위해 생활 밀착형 플랫폼부터 버티컬 플랫폼까지 특성에 맞는 상품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고 유명 인플루언서들과도 협업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북미에서 가장 큰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북미 확장을 위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투트랙 전략을 펼쳐 해당 지역 매출이 전년 대비 25배 성장했다는 것이 네이처리퍼블릭의 설명이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현재 북미 200여 개 코스트코 매장에 입점해 있고 글로벌 최대 쇼핑몰인 아마존에서도 '허니 멜팅 립'을 중심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제품 경쟁력을 뒷바침해줄 연구개발 비용이 줄었다는 사실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용한 연구개발비는 10억원으로 전년(14억원) 대비 30% 감소했다.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0.88%로 전년 (0.99%) 대비 하락했다.
업계는 국내외 화장품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올해 네이처리퍼블릭이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초 창업주인 정운호 회장이 물러나고 이승정 네이처리퍼블릭 미주사업부문장을 새 대표로 선임된 상황이다. 이 신임대표는 화장품 기업 클리오에서 글로벌 디지털 비즈니스팀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2023년부터 네이처리퍼블릭 미주사업부 이사로 자리를 옮겨 근무해왔다.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정 회장은 지난 1월 속옷 및 잠옷 제조업체인 쌍방울을 인수해 대표이사에 앉았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화장품 외에 패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 열풍이 거세진 만큼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면서 트렌드도 빨리 바뀌고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라며 "네이처리퍼블릭이 올해 화상품 사업에 얼마나 투자할지, 시장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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