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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도중하차라니” 업계 ‘깜짝’…멀고도 험난한 신약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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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LG화학 연구원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글로벌 3상까지 가서 중단이라니”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는 LG화학의 통풍 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개발명 LC350189)’의 개발 중단이 화두에 올랐다.

LG화학은 최근 티굴릭소스타트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자진 중단한다고 밝혔다. 티굴릭소스타트는 통풍의 주요 원인인 요산을 생성하는 ‘잔틴 옥시다제’ 발현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용하는 계열 내 최고 신약(베스트 인 클래스)으로, 2022년 21개 국가에서 임상 3상을 승인받아 올해 임상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티굴릭소스타트의 다른 임상 3상 시험에서 위약(가짜 약) 대비 우월성을 확인했었다.

특히 티굴릭소스타트는 LG화학이 보유한 20여개의 신약 후보 물질 중 개발이 가장 진척된 상황이었다. 글로벌 임상 3상에만 약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진척 상황, 그동안 투입된 자금을 고려할 때 자진 중단이라는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측은 “통풍 치료제는 잔여 개발기간, 상업화 등 추가적인 투자 비용 회수 등 경제성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임상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두경부암, 면역항암제, 암 악액질 치료제 등 주요 항암 신약을 중심으로 임상 투자를 확대하고 항암 외 영역의 경우 2024년 희귀 비만치료제 기술 수출 사례와 같이 다양한 기회를 검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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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임상, 임상 1상·2상·3상을 거쳐 승인까지 평균 12년~15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것은 물론이다. 딜로이트가 20개 글로벌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제약 혁신의 수익률 측정’을 분석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개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드는 평균 비용은 22억3000만달러(3조2671억7300만원)로 나타났다. 20개 기업 중 12개 기업의 자산당 평균 비용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비용 상승의 원인으로는 ▷임상시험 기간 증가 ▷복잡해진 연구 영역 ▷거시 경제적 요인 ▷기술 발전 및 높은 이직률 등 복합적이었다.

임상 단계에서 개발을 중단하는 사례는 흔하다. 임상 결과 데이터상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되거나 경쟁사가 너무 앞서가는 상황에서 경제성이 적거나 하는 경우 전략적으로 중단하기도 한다.

다만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단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미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중단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파이프라인이 탄탄한 회사인데 글로벌 임상 3상까지 가서 자진 중단한 이유는 다각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해 혁신 신약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천명했다. 항암, 면역, 당뇨, 대사 분야의 혁신 신약 개발을 통한 글로벌 빅파마 도약에 나서며, 오는 2030년까지 매출 5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520억원을 기록하면서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48조9161억원, 영업이익은 9168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11.5% 줄었고, 영업이익은 63.8% 감소했다. 이에 모든 투자의 경제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임상 중단도 전략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으로 임상 3상 허가를 받아도 실제로 신약이 탄생하는 확률은 60% 정도”라며 “경제성이나 시장 전반의 상황, 데이터 등 이유로 중단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럭 리포지셔닝(Drug Repositioning·이미 나와 있는 약을 새로운 질환에 적용하는 것) 등으로 부활하는 케이스도 있을 수 있고, 데이터 확보 과정에서 노하우는 살아 있기 때문에 의미 있게 재활용될 여지가 다분하다”라며 “다양한 상황이 있는 만큼 개발 중단에 대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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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노바메이트. [SK바이오팜 제공]



티굴릭소스타트의 개발이 중단되면서 39호 국산 신약 타이틀이 누구에게 돌아갈지 주목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SK바이오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와 큐로셀의 혈액암 치료제 ‘림카토(성분명 안발셀)’가 주목된다.

지난해에는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정’과 비보존제약의 ‘어나프라주’가 국산 신약으로 승인을 받아 각각 37, 38호 신약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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