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로 전세계 AI 패권 경쟁에 총성을 쏘아올린 중국이 AI 분야에서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여전히 AI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양국 간 AI 모델 성능 격차가 불과 1년 만에 두자릿 수에서 한자릿수로 대폭 축소되면서 글로벌 AI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 미국과 성능 격차 줄인 중국… 일부 벤치마크선 사실상 ‘동급’
7일(현지시간) 스탠포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에서 발간한 ‘AI 인덱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AI 성능 비교평가 플랫폼 ‘LMSYS 챗봇 아레나’에서 미국 최상위 모델로 평가받은 구글과 중국 최상위 모델인 딥시크의 성능 차이는 지난해 1월 9.3%에서 올해 2월 1.7%로 격차가 좁아졌다.
이는 중국이 질적으로 AI 기술 도약을 이뤄낸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반도체 등 미국 규제에도 중국이 기술 굴기를 통해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딥시크 R-1 출시 등 중국은 하드웨어 자원의 일부만 활용해 이같은 성과를 보여줬다”면서 “미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과연 중국을 제재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인지 의구심이 제기될 정도”라고 진단했다.
● 한국 핵심 AI 모델 1건으로 공동 4위
생성형 AI의 핵심기술 핵심 지표인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서는 한국이 공동 4위에 올랐다.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한국이 핵심 파운데이션 모델이 0건으로 집계되면서 AI 경쟁에 뒤쳐져 있다는 논란이 됐던 평가 항목이다. 한국은 지난해 AI 모델을 1건 개발한 것으로 집계돼 캐나다,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중요 AI 모델을 많이 개발한 국가는 미국(40개)으로 전년에 이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15개를 개발한 중국이었으며, 프랑스가 3개로 집계됐다.
한국은 AI 특허 수에서 강세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수에서 한국이 17.3건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전년의 10.26건보다 증가한 수치다. 2위인 룩셈부르크(15.3건), 3위 중국(6.1건)을 크게 앞섰다. 또한 2013년 대비 2023년 특허 증가율에서도 한국은 1043% 증가를 기록하며 글로벌 기술 성장세를 주도하는 국가로 부상했다.
● 韓 민간 AI 투자 규모는 2년 연속 감소
다만 민간 투자는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 세계 AI 민간 투자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AI 산업의 경쟁이 더욱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민간 투자는 2년 연속 줄어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한 해 동안 총 13억 3000만 달러(1조9500억 원)의 민간 AI 투자를 유치해 글로벌 15위권 국가 중 11위를 기록했다. 2022년 31억 달러(4조5400억 원)에서 2023년 13억9000만 달러(2조376억 원) 사이 55% 가량 줄어든 한국의 민간 투자규모는 또 소폭 줄어들면서 AI 투자가 위축된 것이다.
민간 투자에서도 미국과 중국 중심의 양강 구도가 펼쳐졌다. 지난해 미국의 민간 AI투자는 1090억 달러(159조 7800억 원)로 전 세계 AI 민간 투자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전년(672억 달러) 대비 62% 가량 늘어난 것이다.
2위를 차지한 중국 역시 93억 달러(13조6300억 원)로 전년(77억6000만 달러) 대비 투자 규모를 20% 가량 늘렸다. 영국 45억 달러, 캐나다 29억 달러, 프랑스 26억 달러, 독일 23억 달러 순으로 뒤를 이었다.
민간 투자 중 특히 생성형 AI 분야는 지난해 339억 달러(49조6900억 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하면서 전체 AI 투자 중 2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도 미국이 유럽과 중국을 합한 것보다 많은 투자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국의 모델 개발 리더십은 여전히 공고하지만, 중국은 성능 면에서 이미 상당한 격차를 좁혔다”며 “AI 기술 패권 경쟁은 양국의 격돌 구도 속에서 점점 다극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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